“좋은 모멘텀(동력)을 만들었습니다.” 역전 우승까지는 아쉽게도 2타가 부족했지만 희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메이저대회 전초전이었다. 김세영(24·미래에셋)이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손베리크리크 클래식을 단독 3위로 마쳤다. 지난주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챔피언십 4위에 이어 연속으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 쥐면서 US 여자오픈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수확을 거뒀다.
김세영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크리크 골프장(파72·6,62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쓸어담아 9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그는 우승자 캐서린 커크(35·호주·22언더파)에 2타 뒤진 3위를 차지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선두 커크에 9타 뒤진 공동 12위에 처졌던 김세영은 ‘역전의 여왕’답게 맹추격전을 펼쳤다. 승부를 뒤집기에는 전날까지 벌어진 격차가 너무 컸던 탓에 시즌 두 번째이자 통산 7번째 우승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최종일 즐겨 입는 빨간 바지처럼 김세영의 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단 2차례 그린을 놓친 홀은 모두 파 세이브를 해냈고 27차례 퍼트로 18홀을 마무리했다. 3번홀(파5) 버디로 시동을 건 그는 5·7·9번홀까지 징검다리 버디를 잡으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그 사이 커크는 모처럼 우승 기회를 잡은 부담감 때문인지 11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10번홀에서도 버디를 보탠 김세영은 13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5m가량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고 14번(파4)과 15번홀(파5) 연속 버디로 커크를 턱밑까지 뒤쫓았다. 그러나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1타 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커크가 마지막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승부는 뒤집히지 않고 마무리됐다.
LPGA 투어 통산 6승(국내 5승)을 거뒀지만 아직 메이저 우승은 없는 김세영은 “지난주와 이번주 경기가 잘 풀리면서 좋은 모멘텀을 만들었다”면서 “이번 US 여자오픈이 무척 재미있을 것 같고 매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올해 US 여자오픈은 오는 13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한다.
커크는 2010년 나비스타 클래식 이후 152번째 대회 출전 만에 통산 3승째를 올렸다. 6년9개월 만이다. 캐서린 헐이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그는 그 사이 남편인 톰 커크와 결혼(2012년)도 했다. 커크는 “어느덧 투어에서 15번째로 나이 많은 선수가 됐고 젊은 세대들과 경쟁이 힘들어졌다”면서 “여전히 플레이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게임을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500만원). 김세영도 약 1억5,000만원의 적잖은 상금을 챙겼다. 아슐레이 부하이(남아공)가 1타 차 2위(21언더파)에 올랐고 이날만 10타를 줄인 폰아농 펫람(태국)이 김세영에 이어 4위(19언더파)를 차지했다. 지은희(31·한화)는 공동 15위(14언더파), 전인지(23)는 27위(12언더파)로 마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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