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같았던 ‘프듀2’ 서바이벌의 현장 한 복판에서도 기차놀이를 하며 해맑게 스튜디오에 등장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RBW연습생 이건민, 여환웅, 이건희, 손동명은 실제로도 티 없이 맑았다. 해사하게 웃는 얼굴은 개구진 듯 푸르렀으며, 이 같은 미소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프듀2’가 끝난 이후 RBW 연습생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데뷔’를 꿈꾸며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내고 있었다. 높은 인기만큼 말 많고 탈 많은 ‘프듀2’였지만, RBW연습생들은 가리켜 ‘꿈같은 하루’라고 표현했다. 더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출연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던 것이다.
“‘프듀2’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실력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걱정과 달리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도 가져 주셔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원래 가지고 있었던 꿈에 대해 원동력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환웅)
“‘프듀2’에 나간 것에 대해 후회가 너무 ‘없고’, 좋은 것만 얻은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것은 물론 충분히 최선을 다 해서 노력을 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더 욕심을 내고 열심히 했으면 결과가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제 솔직한 모습을 담아내려 노력했기에 모든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웃음)”(건희)
“저도 후회는 없어요. 처음 무대를 서고 사람들에게 저라는 연습생을 보여주면서, 제게 있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확실이 알게됐거든요. 예전에는 실력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연습생이 가져야 할 대내외적인 마음가짐이라즌지 팀워크의 중요성도 알게 됐죠. 다만 아쉬운 것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떨어졌다는 거예요. 조금 더 나왔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건민)
“뭐랄까 ‘프듀2’에 출연한 이후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프듀2’에 출연하기 전에는 제 단점이나 부족함을 숨기려고 했는데, 방송을 통해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고, 마인드도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건민이 형과 마찬가지로 일찍 떨어졌다는 점. 형들의 무대를 보면서 나도 저 무대에 섰으면 더 잘했을 텐데 욕심이 나더라고요.” (동명)
‘프듀2’ 출연에 대해 후회가 없다고 고백한 RBW연습생들에게 혹시 지금 알고 있는 것 그대로 다시 ‘프듀2’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한창 촬영을 할 때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안 한다고 해야지’라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웃음) 만약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4개월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냥 조금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잠도 제가 4시간 잤으면 한 시간 덜 자고 연습하고, 4명 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더 열심히 연습할 것 같아요.” (동명)
“만약 4개월 전으로 돌아간다면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제 가지고 있는 모습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사실 순위를 붙이고 연습을 했었잖아요. 방송용이기는 하지만 옷에 붙어있는 순위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더라고요.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순위는 숫자에 불과한데, 더 자신감을 가질 걸 싶어요.” (환웅)
“최대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했고, 그 모습이 방송에 비춰진 것 같아서 후회는 없는데 다만 아쉬움은 남는 것이 있어요. 뭐냐면 초반에 뭘 잘 몰랐을 때 ‘이걸 해도 되는 건가?’ 망설였던 것이 많거든요. ‘이걸 하면 좋은 시선으로 비춰질까,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하고 망설였던 부분이 있었는데,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망설였던 부분에 대해 더 과감하고 솔직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건희)
“저도 건희와 같은 생각이에요. ‘프듀2’를 촬영 하면서 좋은 시선으로 비춰주고 싶어서, 평소보다 과하게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있었거든요. 만약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낼 것 같아요. 사실 ‘나야 나’ 연습을 할 때 제작진이 영상을 주면, 한 사람이 안무를 습득하고 남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연습이 진행됐거든요. 트레이너께서 ‘안무 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물어볼 때 괜히 조심스러워서 가만히 있었는데, 만약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제가 따서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리더처럼 말이에요.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건민)
여환웅은 이건민이 차마 하지 못했던 ‘춤선생님’의 역할을 직접 한 연습생이다. 첫 소속사 등급평가 당시 B등급을 받았던 여환웅은 임영민, 강다니엘과 함께 ‘B반 춤선생님’으로서 활약을 펼쳤었다. 다만 문제는 카메라에 많이 잡히지 않았을 뿐.
“B등급 이었을 때 저와 영민이 형 다니엘 형과 안무를 따고 다 같이 알려주면서 ‘다 같이 열심히 하면 A등급으로 갈 수 있다. 다 함께 가자’고 으샤으샤 하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밤새 연습하고 깨워주고 그랬는데, 그러한 부분이 많이 나오지 못해서, 솔직하게 아쉬운 부분은 있었죠.” (환웅)
‘프듀2’는 연습생들에게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고 많이 울었다”는 손동명의 말처럼 ‘프듀2’에 출연하면서 힘들어 하고 눈물을 보였던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특히 ‘나야 나’ 연습을 할 때 특히 많이 울었다고 말했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도리어 이후 펼쳐진 미션들이 쉽게 느껴질 정도였다는 것이 연습생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나야 나’ 연습할 때였어요.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재등급 평가 때 실수를 했거든요. 안무와 노래를 하는데, 실수를 하다보니 머리가 백지장이 된 느낌이었고, 결국 아예 추지도 못하고 끝났거든요. 그게 너무 아쉽고 서럽더라고요. 이후에 인터뷰를 하는데 저 정말 안 울려고 노력했거든요? 근데 그때 제작진이 ‘그때 심정이 어땠어요?’라고 묻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정말 서럽게 우는데, 코에서는 코피까지 나서, 눈물, 땀, 코피 다 뺐었죠. 물론 해당 장면은 편집됐더라고요 사실 애들은 ‘프듀2’에 대해 좋은 것을 주로 기억하는데, 저는 아무래도 그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건민)
이건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막내인 손동명은 “당시 건민이 형 말을 듣고 처음에는 해당 영상이 무조건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건민이 형이 울면서 코피가 난 상태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더니…차라리 안 나간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이건민이 ‘프듀2’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코피와 땀과 눈물이 한데 어우러졌던 ‘나야 나’ 평가를 꼽았다면, 여환웅은 이후 진행됐던 ‘나야 나’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를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함께 고생해서 만든 ‘나야 나’ 뮤직비디오의 현장이 그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 잡았던 것이다.
“‘프듀2’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나야 나’ 뮤비를 찍을 당시가 기억에 남아요. 맨 마지막 촬영 때 ‘다 같이 힘내서 파이팅하고 다 같이 가자’하고 임했었거든요. ‘나야 나’ 뮤비 촬영이 진짜 오래 진행됐는데, 그러다보니 지친 애들도 정말 많았죠. 힘들게 촬영을 하다가 마침내 마지막 순간이 오고 폭죽이 빵 터지고 꽃가루가 내리는 가운데서 헐떡이면서 서 있는데, 힘든 순간이 일단락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확 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101명이 고생했다가 엔딩을 맞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가슴이 벅차고 오묘하면서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그 환경 자체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 그 순간이 제 인상에 깊이 남은 것 같아요. 그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고 싶다’고 생각을 했죠.” (환웅)
RBW 연습생들은 ‘프듀2’를 통해 함께 동고동락을 하면서 101명의 연습생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친해질 명분은 무궁무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연습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같이 고생하고 행복을 같이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얼굴을 자주보다 보니, 모르는 사이임에도 편하고 괜히 저 먼저 친해졌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한 PD님이 오셨는데, 그동안 제 편집을 맡아오셨나 보더라고요. 분명 저는 처음 보는 PD님이셨는데 너무 친숙하게 저를 반겨 주시면서 잘하라고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실 우리 초면인데, 24시간 네(이건희) 얼굴만 봤더니 괜히 혼자 친해졌다고 웃으면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이건 ’프듀2‘에 출연했던 우리 모두가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건희)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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