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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기업가적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60여년 전 길항력 이론을 제시했다. 재벌 같은 거대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면 사회의 균형을 잡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대노조나 강력한 정부가 등장한다는 것.

거대 대기업이 탄생하는 배경은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관리경제체제다. 자본과 노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대량생산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거대기업을 이뤄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보라.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거대재벌과 거대노조가 공존하며 정부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는 관리경제체제가 제공하는 효율성에 힘입어 반세기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제 성장은 느려지고 있고 재벌 대기업은 예전과 같은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세계를 이끄는 경제대국은 관리경제를 버리고 기업가적 경제로 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들은 스타트업의 창업, 성장, 그리고 존속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등장이다. IBM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조차도 기업가적 경제체제에 순응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기업으로 변신했다.

지금 우리는 관리경제의 끝자락에 이른 느낌이다. 재벌 대기업도 거대노조도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다. 그 체제가 한계를 보이자 대기업·노동조합·정부, 근로자 개인 등 모두가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자화상이다. 분명한 것은 이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지금의 경제체제와 제도와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며 그것은 바로 기업가적 경제체제다.



기업가적 경제는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든다고 달성되는 게 아니다. 현존하는 교육·금융·고용·복지·산업 등의 제도와 그 업무를 집행하는 기관은 관리경제체제에 적합하도록 발전돼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출 위주의 금융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를 느껴 투자 위주의 금융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한 예다.

현존하는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기업가적 경제체제에 어떻게 맞춰야 할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 시작은 아마도 규제개혁일 것이다.

많은 경우에 있어 현존하는 제도와 규제는 오히려 새로운 사업 탄생의 장벽 노릇을 한다. 드론이 그랬고 현재에도 가상현실 산업이 규제 장벽에 막혀 있다. 금융과 교육의 혁신도 급하다. 그리고 그 기준은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고 기업가적 경제로 향한 길이냐 아니냐여야 한다.

현존하는 체제의 한계가 명확해진 이상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갈 바에는 빨리 가야 한다. 이제 국력은 어떤 기업을 가지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보유하는 국가가 힘 있는 국가다.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혁신의 방향이다. 다른 말로 기업가적 경제가 목표이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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