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조가 처음으로 총파업 전면에 나섰다며 국민의 보편적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계가 왜 시위를 벌이는지 국민 대다수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은 모두 현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러니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을 자처해온 민주노총이 세를 불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기득권 집단과 싸우겠다며 노동 대개혁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자신들은 고액의 연봉을 챙기며 좋은 일자리까지 세습하는 기득권을 버리지 않은 채 비정규직을 살뜰히 챙기겠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사실상 정치파업을 선포한 노동계를 대하는 정부의 한심한 자세다. 그간 총파업을 자제해달라며 애걸복걸한 것도 모자라 노동계의 투쟁에 아예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노동3권을 보호하겠다며 예정에도 없던 부당노동행위근절대책을 내놓았으며 교육부는 파업 참여 교사들의 징계 여부조차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불법파업에 엄중한 경고를 내놓아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노동계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잖아도 새 정부는 노동계에 마냥 끌려다니며 빚을 빨리 갚으라는 소리나 듣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근로자의 목소리만 자꾸 커진다면 그 책임은 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합리적 노사관계를 기대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노동시장의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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