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20일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가졌다.
군 관계자는 “B-1B 2대가 20일 오전 한반도에 출격해 공군 F-15K와 연합훈련을 했다”며 “전략폭격기 출동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B-1B 출동은 이달 초 마련된 한미 양국 간의 연합훈련 계획에 따른 것이나 시기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악화한데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 직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 축소’ 발언에 구애 받지 않고 앞으로도 월 1회 이상 전략무기를 계속 한반도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어도어 마틴 주한 미 2사단장(육군 소장)이 지난 19일 “더 많은 한미 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해 연합훈련 축소 발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 공군의 B-1B 폭격기 2대는 태평양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해 제주도 남방을 거쳐 동해로 비행하면서 공군 F-15K 2대와 연합훈련을 하고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모의 폭격 훈련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1B 폭격기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5시간 뒤에 동해 상공에 나타나 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달 1일에도 동해 상공에 비밀리에 출격했다.
미국이 B-1B를 한반도에 출격시키며 단순히 지나가는 훈련조차 비공개하던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 고위 장성이 이번 B-1B 훈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군은 B-1B가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한 모습을 한국 공군 F-15K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도 B-1B가 두 차례 출격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조치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한반도 안보 상황을 부각시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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