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는 인도의 후추 등 향신료가 인기가 좋았다.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고 값도 무척 비쌌다. 지난 1453년 오스만제국이 비잔티움제국을 멸망시키면서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육로길이 막히게 됐다. 인도로 가려면 바다를 통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즐겨 읽으면서 인도로 가는 뱃길을 찾다가 대박이 났다.
최근 모 방송국 예능에서 ‘욜로(You Only Live Once·YOLO)’라는 말이 나와서 화제였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욜로도 여행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여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고난·노동)’이라 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여행은 고난의 행군이었을 것이다. 여행의 역사는 곧 교통수단의 역사다. 인류 최초의 여행수단은 ‘도보’였으나 이제 배·기차·자동차를 거쳐 비행기까지 이용한다. 10원도 아끼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가 많은 돈을 쓰면서까지 고난의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격무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에게는 여행이 재충전의 기회가 된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에 설렘을 안고 여행을 떠난다. 노년에는 마음 치유 목적의 여행도 많다.
필자의 여행목적은 행복이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행복이 나온다고 했다. 여행을 하면 우리와는 다른 사람, 우리 자연과는 다른 자연을 만난다. 다른 사람과 사물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우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2년여 전 여행길에서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팔아서 여행’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이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는 분이라 생각한다.
여행·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한다. 필자가 유럽 근무 시 느낀 것은 여행업은 공장 없이 고용과 이윤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것이다. 숙박·음식·상업·교통 등의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고 유명상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루이비통, 프랑스 샤넬, 스위스 롤렉스가 처음부터 명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형 미용, 성형인 뷰티한류도 그렇다. 또한 자원이 빈약한 국가에도 유용한 산업이 된다. 앙코르와트의 걸출한 문화유산이 캄보디아를 먹여 살리고 있다. 우리도 오랜 역사와 문화유적이 많이 있다. 역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며 보존과 활용에 따라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과거 미지의 세계를 찾았던 탐험가는 동시에 정복자이기도 했다. 현재는 어떨까. 탐험은 극한체험이라는 관광상품으로 판매되고 자신의 한계성을 높이는 부가가치 여행으로 바뀌었다. 산업연관 효과가 높은 것도 여행산업이다. 직간접 투자를 지원하는 대출, 여행 시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한 여행자보험 등 금융에서의 수요도 증가한다. 환경 측면에서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산업이다. 여행으로 행복을 누리고 산업도 키우는 ‘일석이조’를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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