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의 유시민 작가가 과거 작성한 항소이유서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9일 방송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2회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항소이유서에 관한 대화가 전해졌는데, 유 작가의 항소이유서는 1984년 일명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루되어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스물여섯 청년 유시민이 옥중에서 작성한 글로 당시 대학생들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글이다.
이에 유 작가의 일부 팬들은 ‘현대사의 손꼽히는 명문’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는데, 유 작가는 이에 대해 “당시 1심에서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난 한 대도 안 때렸다. 형사가 만나자고 해 동네 다방에 나갔는데 잡혔다. 진술도 안 했는데 이미 ‘주범이라고 자백했다’고 되어있더라. 그 때 변호사가 ‘항소이유서는 각자 써보면 어때요’라고 해서 쓰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유 작가는 “순수하게 쓴 시간은 열네 시간이었다. 퇴고는 없었다. 항소이유서는 세 부를 만들어야 한다. 미농지 넉 장에 중간 먹지 세 장을 깔고, 안 나오는 볼펜으로 눌러서 썼다. 한 부는 교도소에, 한 부는 법원에, 나머지 한 부는 검찰청에 보냈다. 초고도 뭣도 아무것도 없이 작성했다”며 “누워서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원고지 100장 분량을 머리에 다 집어넣었다. 중간에 한자가 나오는데 미리 연습했다. 오자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더 좋은 글을 작성할 수 없었던 당시 환경을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해당 항소이유서를 언급하며 아쉬움이 많은 글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사진 = tvN]
/서경스타 김경민기자 kkm261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