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전부터 유럽 등 해외에서 불기 시작한 아날로그 음악 시장 바람이 국내에서도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1일 서울 성동구에 국내 유일의 LP레코드(바이닐·vinyl) 생산업체인 마장앤뮤직픽처스가 문을 연 것. 서울 시내에 LP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약 20년 만이다.
박종명 마장뮤직앤픽처스 이사는 이날 중구 세종로 달개비에서 열린 ‘바이닐팩토리’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디지털 시대에 언제 어디서라도 간편하게 음악을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음악을 듣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행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아날로그 음반 제작 동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음원 등 디지털로 음악 시장이 재편됐고, 그 음원 시장마저 성장을 멈춘 현재 굳이 LP를 듣겠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획일성’이 무너지고 개인의 취향이 강하며 세계적인 아날로그 감수성 트렌드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국내에는 LP생산 업체가 모두 폐업해 사라졌었다. 해외에서 LP를 주문해 듣는 아날로그 음악 애호가들에게 마장뮤직앤픽처스의 론칭이 반가운 이유다. 해외 주문·제작까지 5~6개월이 걸리지만 마장뮤직앤픽처스는 불과 3~4주 만에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마칠 수 있는 데다 해외 LP 수준의 음질을 자랑한다. 이태경 기술 고문은 “사운드의 생명인 디스크 커팅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라고 강조했다. 검청 과정에 참여한 박성수 오디오 전문가 겸 스테레오사운드 편집주간은 “마장뮤직앤픽처스의 LP는 CD와도 다르고 예전에 듣던 LP와도 다른 새로운 소리”라며 “단순히 옛날 소리를 복원하는 차원이 아닌 이런 작업이 바로 21세기 LP제조사들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장뮤직앤픽처스는 당분간은 가요 및 클래식 명반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아이돌을 비롯해 동시대 가수들의 신보 LP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박 이사는 “아이돌 등 슈퍼 스타의 신보가 LP로 발매가 된다면 LP제작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힘을 얻게 돼 주류 음악 매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더걸스가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 앨범을 LP로 500장 한정 발매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한편 마장뮤직앤픽처스는 ‘명창 이화중선 판소리 선집’, ‘명창 임방울 판소리 선집’, ‘조동진 6집’ ‘나무가 되어’ 등을 제작 발매할 예정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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