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가정보원 차장 인사를 단행했다. 서훈 신임 국정원장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된 지 하루 만에 차장 인사를 마무리해 서 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또 차장직 모두 국정원 출신 인사를 임명해 ‘고강도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1~3차장 인사를 발표했다.
대북정보 및 해외 국익정보를 담당하는 1차장에는 서동구(사진) 주파키스탄 대사를 임명했다. 북한의 우방국인 파키스탄 대사 출신을 임명한 것을 두고 북핵 외교력과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1차장은 주토론토 영사와 주유엔 공사, 주미국 공사 등 영미권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쳤다.
대공수사와 대테러 등 국내 파트를 담당하는 2차장에는 행정고시 34회 출신의 김준환 전 국정원 지부장을 지명했다. 김 2차장은 대전이 고향이다.
사이버·통신 등 과학정보를 담당할 3차장에는 부산 출신의 김상균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을 발탁했다. 특히 3차장에 대북통을 기용해 국정원의 업무 분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1·3차장에 대북 전문가이자 북핵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인사를 임명한 것은 최근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의 북핵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북 문제에 초점을 맞춰 국외 정보기관 역할을 강조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박 대변인은 인사 배경에 대해 “세 차장 모두 국정원 출신”이라며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정원을 정치권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만들려는 조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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