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만에 선발 마운드로 돌아온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동안 등판에서 가장 불안했던 1회를 공 14개로 간단히 삼자범퇴 처리할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의 희망을 부풀렸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구원 등판, 4이닝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따냈던 류현진은 1일 다시 만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 4월25일 샌프란시스코전의 6이닝 1실점에 이은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올 시즌 선발 등판에서 가장 훌륭한 경기 중 하나였다”고 평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변화를 준 게 아주 좋았다. 오른손 타자에게 던진 커터 비슷한 구종(고속 슬라이더)이 특히 그랬다”면서 “직구 구속 또한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의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를 조금 넘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6㎞. 제구가 되다 보니 더 빨라 보였다. 류현진은 2년 연속 13승을 올렸던 3년 전처럼 쉽게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갔다. 로버츠 감독의 평가대로 ‘변화’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6단 변신’이라고 할 만큼 매 이닝 승부구를 바꿔가며 홍관조(카디널) 군단을 공략했다. 2회 2사 2루에서 7번 타자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아 실점한 류현진은 3회 직구를 앞세워 삼자범퇴로 이닝을 넘겼다. 4회에는 슬라이더, 5회에는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봤다. 이어 6회에는 직구를 아예 던지지 않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공 6개로 스리아웃을 완성했다.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분간이 안 가는 시속 110~120㎞대의 느린 슬라이더와 140㎞대의 고속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던졌다. 이전 등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투구 수 77개(변화구 57개) 중 51개가 스트라이크일 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과시했기에 더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한 게 아쉬웠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당연히 또 (선발)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지만 등판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부상자명단에 올라 있는 알렉스 우드의 회복 경과를 보고 류현진의 다음 선발 등판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드는 빨라야 7일에 등판할 수 있는데 6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 선발이 미정이라 이날 류현진이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1대1 동점에서 내려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3점대(3.91·2승5패)로 낮춘 데 만족해야 했다. 국내 팬들은 대신 ‘끝판왕’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쇼를 감상했다. 오승환은 2대1로 앞선 9회 구원 등판,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12세이브(1승2패)째를 올렸다.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2.88로 낮아졌다./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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