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앙숙 관계인 레바논이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원더우먼’의 상영을 금지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 갤 가돗(29)가 이스라엘 출신인데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민간인 폭격까지 옹호했던 전력이 있다는 이유였다.
레바논 내무부는 영화 개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안보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상영 금지 결정을 내렸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산 물품 수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이스라엘 국민과의 접촉도 불법으로 여길 만큼 이스라엘과 척을 지고 있다.
가돗은 2004년 미스 이스라엘 선발대회 우승자이자,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2년간 복무한 적이 있다.
그는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하자 페이스북에 이스라엘 방위군을 응원하는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가돗 주연의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지자 레바논에서는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고, 대이스라엘 교역 금지 업무를 담당하는 경제무역부에서 영화 상영 금지를 공식 건의했다.
한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가돗이 원더우먼으로 등장한 2016년 작품 ‘배트맨 대 슈퍼맨’이 이미 레바논에서 상영된 바 있다. 레바논 경제무역부는 당시에도 이번과 같은 이유로 상영 금지 요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영화관은 상영 금지 처분 발표 반나절 전 상영 취소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금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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