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자폭 테러범 살만 아베디(22)의 정체에 불안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노출된 정황상 아베디가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테러단체에서 파견한 공작원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생 테러리스트가 고향에서 테러단체 조직원 수준으로 성장한 사례로 확인될 경우 대테러 당국에는 심각한 경종이 울릴 전망이다.
2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멘체스터 토박이인 아베디는 1990년대 영국으로 이주한 리비아인 부모를 뒀으며 특별히 주변 시선을 끌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아베디의 가족을 잘 아는 맨체스터 내 리비아 지역사회 대변인 모하메드 파들은 “그는 항상 고립돼 있었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아베디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스스로 빠져든 정황이 종종 표출되긴 했다. 맨체스터 내 리비아 지역사회 인사 아크람 라마단은 “이슬람사원에서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적대적인 연설을 하자 일어나 아베디가 소리를 지르며 노려본 일이 있다”고 전했다. 아베디의 여동생인 조마나도 “오빠가 미군의 폭탄에 죽어가는 시리아 어린이를 보면서 복수를 하고 싶어했다”면서 홀로 극단적인 생각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아베디가 도를 넘는 수준으로 급진화 되어 주변에서 그를 신고한 사례도 수차례 있었다. 맨체스터 내 이슬람 단체인 라마단재단의 모하메드 샤피크 사무국장은 “아베디는 테러리즘을 미화했다”면서 “이에 한 리비아 활동가가 정부대테러 핫라인에 그를 신고했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 아베디를 알았던 친구 2명이 5년 전 대테러 당국 직통전화를 걸고 아베디의 이상행동을 신고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행적을 보면 아베디가 자생적 테러리스트라기보다는 비밀 조직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디의 동생 하심은 현지 무장세력 ‘라다’가 운영하는 대테러 기관의 조사에서 형과 자신이 IS 조직원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진술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고 리비아 반군단체가 가혹한 방식을 통해 허위로 자백을 받아낸 것일 수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그러나 아베디의 아버지 라마단 또한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일부인 ‘리비아 이슬람 전투조직’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아베디가 영국 내의 IS 모집책 중 하나인 라파엘 호스테이와 친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베디는 최근 리비아에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리비아는 최근 IS가 해외 테러를 위해 조직원 훈련장으로 삼는 곳이다. 그가 테러 공격 직전 IS ‘신병’과 조직원의 통로 역할을 하던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했다고도 전해졌다.
프랑스 내무부는 아베디가 IS의 거점이 시리아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도 아베디가 이번 공격 몇 달 전 전 시리아에 머물며 IS로부터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당국은 IS가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를 저지를 수 있도록 시리아 훈련을 통해 기초를 닦아줬다고 초동 조사에서 수집된 정보를 근거로 추정하고 있다.
IS는 이번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했다.
현재 영국 경찰은 수사에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면서 공범과 배후 추적에 진전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아베디의 정체가 사실관계를 통해 확인될 경우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전략을 억제할 각국 정부의 대테러 정책에도 일부 조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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