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1순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국내 무대에서 막 이름을 알리던 시절 ‘최나연 닮은꼴’로 통했다. 짧은 머리와 거침없는 걸음걸이, 저음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보이시한 매력 때문에 둘 다 유독 여성팬이 많았다. 최나연(30·SK텔레콤)의 팬층이 중년여성 위주의 ‘이모부대’였다면 박성현의 여성팬은 젊은 층이 주류라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여자골프의 신구 ‘걸크러시(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유발자’ 박성현과 최나연이 나란히 힘을 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포인트CC(파72·6,734야드)에서 벌어진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1라운드. 박성현은 5언더파 67타로 공동 4위, 최나연은 4언더파 68타의 공동 9위에 오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각각 선두와 2타, 3타 차다. 선두는 7언더파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수웨이링(대만). 경기 전 내린 비로 부드러워진 그린에 가장 빠른 적응력을 과시했다.
박성현은 이번이 새 캐디와 함께하는 두 번째 대회다.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공동 43위에 그쳤던 박성현은 이날은 기대했던 퍼트 감이 살아나면서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7~9번홀 세 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7개(보기 2개)를 챙겼다. 3번 아이언을 꺼내 든 7번홀(파3·204야드)에서 홀인원이 될뻔한 탭인 버디로 분위기를 띄우더니 8·9번홀에서는 먼 거리 버디 퍼트에 연거푸 성공했다. 9번홀(파4) 퍼트 거리는 8~9m쯤 돼 보였다. 박성현은 “최근에 샷은 좋았는데 퍼트가 잘되지 않았다. 지금은 퍼트 감이 나쁘지 않다”며 “짧은 파5 홀인 14번홀에서 타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14번홀에서는 2온 뒤 버디를 기록했다. 공식 데뷔전인 지난 3월 HSBC 챔피언스 단독 3위가 올 시즌 최고 성적인 박성현은 최근 다소 답답한 흐름 속에 캐디를 교체하며 ‘첫 승 승부수’를 띄웠다.
2008년 데뷔 후 통산 9승을 자랑하는 최나연은 거의 1년 만에 60대 스코어를 적었다. 지난해 6월 마이어 클래식 첫날 3언더파 68타 이후 11개월여 만에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4~6번홀 연속 버디 등 버디 6개에 보기는 2개. 최나연은 2015년 발목을 잡았던 허리디스크가 지난해 도지는 바람에 시즌 중반부터 컷 탈락과 기권을 오갔다. 올해는 많이 좋아졌지만 허리 상태를 염려한 위축된 스윙 탓에 3월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 등으로 역시 바닥을 헤맸다. 지난주 기록한 공동 50위가 시즌 최고 성적. 2015년 6월이 마지막 우승이다. 아직 우승까지 말하기는 이르지만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반갑다.
세계랭킹 2위 유소연과 3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같은 조 대결에서 똑같이 이븐파 공동 84위에 그쳤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3주간 휴식하기로 하면서 유소연과 쭈타누깐은 절호의 1위 등극 기회를 잡았다. 유소연은 이번주 5위만 올라도 쭈타누깐이 3위 밖으로 밀리면 세게 1위에 오른다. 쭈타누깐이 3위를 차지하고 유소연이 5위 밖 성적을 낼 경우 쭈타누깐이 세계 1위가 된다. 지난주 우승자 렉시 톰프슨(미국)도 이븐파로 출발했다.
이 대회 주최사인 볼빅의 후원을 받는 이일희는 5언더파 공동 4위, 허미정·신지은·유선영은 4언더파 공동 9위다. 전인지는 17개 홀 연속 파 행진 뒤 18번홀에서 2.5m 버디를 넣어 1언더파 공동 57위로 마쳤다. 지난주 국내 대회에 출전했던 박인비는 다음주 숍라이트 클래식부터 합류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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