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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돋보기] “JTBC 도장깨기”…이경규, ‘한끼’·‘아형’·‘뭉뜬’ 접수한 ‘버럭 큐티’

흡사 ‘도장깨기’와 같은 모양새다. 방송인 이경규가 JTBC 예능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정복해나가며 활약하고 있다. 물론 ‘예능계 대부’인만큼 이전에도 그의 예능감은 빛났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경규의 ‘게스트로서의 쓰임’도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 지난 1월 MBC ‘무한도전’에서 “패널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한 각오는 빈 말이 아니었다.

이경규는 지난 23일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뜬다’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뭉쳐야 뜬다’ 기존 멤버인 정형돈, 김성주, 안정환은 이경규 합류 소식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오프닝부터 그를 피하려는 멤버들의 몸짓은 절실했고, 이를 눈치 채지 못한 채 몰카 아닌 몰카에 당한 이경규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JTBC ‘뭉쳐야 뜬다’




미운 나이 58세다. 40년 동안의 방송 경력을 통해 이경규는 ‘버럭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인상 쓰고 호통 치는 것이 자연스럽고, 때로는 날카로운 일침을 던지는 그는 카리스마형 MC로 예능계를 주름잡아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원하는 MC상은 달라졌고, 이경규는 그 흐름에 ‘숨겨진 귀여움’을 얹었다.

실제로 이경규는 ‘뭉쳐야 뜬다’에서 멤버들을 통솔하거나 휘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동생들의 깐죽거림에 ‘버럭’하면서도 은근히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이경규의 약한 모습과 그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주고 때로는 신나게 놀라기도 하는 타 출연자들의 모습은 색다른 웃음을 자아냈다.

‘뭉쳐야 뜬다’라는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성격도 이경규와 맞아 떨어졌다. 출연자들이 “’한끼줍쇼‘의 피로와 응어리를 털고 가라”고 말한 것처럼, 이 곳에서 이경규는 본인이 나서서 무언가를 만들어 갈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가자는 대로 가고, 먹자는 대로 먹으면 그만이었다. 수동형 예능에 만족한 그에게서 희대의 명대사가 나왔다. “출연료를 반으로 후려쳐도 나와야겠어”말이다.

이경규를 초대한 ‘뭉쳐야 뜬다’의 선구안은 정확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뭉쳐야 뜬다’의 시청률은 4.778%(전국유료방송가구, 이하 동일 기준)을 기록했다. 직전 방송분이 기록한 4.392%와 비교할 때 0.396%P 상승한 수치. 1988년 여행 자율화 이후 30년 만에 패키지여행을 가본다는 이경규의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진=JTBC ‘뭉쳐야 뜬다’


이경규가 JTBC에서 본격적으로 기를 펴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첫 방송된 ‘한끼줍쇼’에서 부터였다. 이경규와 강호동이라는 예상치 못한 조합에 일반인의 집에 찾아가 한 끼를 얻어먹는다는 신선한 포맷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후 최고 6%, 평균 4~5%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아는형님’과 함께 JTBC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상태다.

이곳에서 이경규의 롤은 메인 MC다. 지금까지의 경력을 바탕으로 일반인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룬다.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가서 밥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다분히 어색할 수 있는 일. 이경규는 각각의 사연에 주의를 기울이며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물론 강호동을 구박하는 버럭 캐릭터는 여전하다. 메인 MC를 맡아서인지, 타 프로그램에 비해 본래 캐릭터를 조금 더 녹여내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 JTBC에서 ‘한끼줍쇼’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아는형님’도 이경규는 접수했다. ‘한끼줍쇼’에서 메인 MC를 맡을 때와 ‘아는형님’ 게스트로 출연할 때 그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게스트로 출연한 만큼 진행 부담을 내려놓고 프로그램에 녹아들었다. 김희철이라는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의 ‘근본 없는 개그’에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단연 호의적. 당시 프로그램은 5.609%로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독 JTBC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이경규가 접수하고 있는 방송사에 JTBC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N ‘공조7’, TV조선 ‘배달 왔습니다’, SBS ‘정글의 법칙’부터 6월 방송 예정인 KBS ‘냄비받침’까지…. 그야말로 ‘열일’이다. 그 중 ‘정글의 법칙’에서는 ‘뭉쳐야 뜬다’와는 다른 진정한 고생담을 펼치며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JTBC ‘아는형님’


이경규가 올해 초 본인이 다짐한 것처럼 불꽃을 활활 태울 수 있게 된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우선 본래 가지고 있던 강점인 버럭 캐릭터를 섣불리 버리려 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프로그램 속 위치를 다르게 했다. 분명 후배에게 ‘버럭’하는데도 신선한 케미를 이루며 예상치 못한 귀여움을 뽐낸다, 여기에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련한 진행력은 매번 감탄이 나온다.

이런데도 어찌 이경규를 ‘믿고 보는 예능 대부’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을까. MC로서든 게스트로서든, 이경규의 출연 소식은 항상 반가운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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