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힘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 법무부의 특검 수사 결정으로 ‘트럼프 리스크’가 막연한 악재에서 구체적인 변수로 부상하면서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최악의 장세를 보이며 일제히 곤두박질치고 금과 미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은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위기에 따른 정치혼란이 다음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64.6%로 예상했다. 지난 10일 87.7%였던 금리 인상 확률이 16일 78.5%에서 하루 사이 14%포인트나 낮아졌다.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의 로버트 슈마허 수석전략가는 “6월 금리 인상은 미국이나 세계 증시가 극적인 급락을 겪는다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정사실화됐던 6월 금리 인상설이 흔들리는 것은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 내통 의혹에서 불거진 정치 이슈들이 시장을 뒤흔들며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NBC는 “6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흔들리면서 올해 두 차례 더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이 요동치고 있다”며 “이는 시장 변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18일 글로벌 증시는 미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된 데 따라 전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전일 2% 폭락에 이어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고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1% 내외의 장중 하락세를 연출했다. 앞서 마감한 아시아 시장도 일본 닛케이지수가 1.32%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심리 냉각으로 미 국채와 파운드화·유로화 등 안전자산 가격 오름세가 돋보였다.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4%포인트가량 추가 하락한 2.210% 선에서 움직이며 수익률과 반대로 가는 국채 가격 상승세를 반영했다. 특히 파운드화 가치는 유럽 환시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 당 1.309달러를 돌파하며 장중 한때 파운드 당 1.3046달러까지 오르는 등 전일 대비 4% 이상 급등했다. 반면 위험자산 회피 현상 극대화로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5%, 멕시코 페소는 1.6%, 남아공 랜드는 2.8% 각각 하락했다. 브라질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58%포인트 오르는 등 신흥국 국채 가격도 폭락세를 이어갔다.
한편 전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42.72% 급등한 15.20을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8% 오른 1,258.7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법인세 인하 등 월가에 선물꾸러미를 안겼던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이 악재로 바뀌었다며 당분간 시장이 정치에 휘둘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마이클 샤울 마켓필드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시장은 워싱턴 변수가 주도하는 장세”라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 신흥시장 등의 패닉이 더 커질지 여부가 테스트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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