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는 수십년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재벌 저격수’ ‘대기업 저승사자’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랬던 그가 재벌 개혁은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려는 게 아니라면서 새삼 시장경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 것은 곱씹어볼 일이다. 김 내정자가 순환출자 해소 등에 대해 한층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등 과거와 달라진 것도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 내정자 스스로 “세계 경제가 변했다”면서 “의욕이 앞서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의 조사국 부활 등을 놓고 우려가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 조사국은 재량권을 남발해 바닥부터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식 조사를 벌여 공정위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기업들이 시민단체의 입김에 휘둘리게 하는 것이나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공정위가 함부로 칼날을 휘두르는 경제검찰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업과 소통하고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장경제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공정거래법에는 경쟁과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든 경제력 집중이든 정부 규제보다 시장의 틀에서 기업 자율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