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부(김상환 부장판사)는 12일 기업은행 정규직·계약직 근로자 1만1,200여명이 2014년 제기한 통상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던 1심 결과를 뒤집고 원고 측 청구를 일부 기각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전산수당·기술수당·자격수당·정기상여금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수당·퇴직금을 합쳐 총 775억6,8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나머지 수당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은행이 4억9,000만여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은 “통상임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이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에 근거한다. 재판부는 기업은행의 상여금이 고정적인 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기업은행 보수규정은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나 휴직자 등에 대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상여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 고정성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즉각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통상임금 수준이 올라가면 2011년 1월에서 2015년 3월까지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 총 780억원이 미지급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은행이 1심에서 패소하면서 이자까지 붙어 소송 가액은 2,000억원에 육박하는 형편이었다.
은행 측 변호인단은 소송 가액 규모가 불어나면서 이를 지급할 경우 경영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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