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이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던 배경에는 온라인 공간의 역할이 컸다. 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반인부터 유명 연예인까지 하루 종일 투표를 독려하는 글과 사진이 쏟아졌다. SNS가 하나의 선거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골프선수 박인비는 9일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 제3투표소를 배경으로 “대통령 선거, 소중한 한 표, election, 투표해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남편 남기협씨와 미소를 짓고 있는 인증샷을 선보였다. 가수 설현은 검은색 모자로 눈을 가린 뒤 찍은 투표 인증샷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잊지 말고 꼭 투표하세요”라는 투표 독려 글을 올렸다. 또 영화배우 정우성도 셀카 인증샷을 공개해 네티즌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생애 첫 투표를 하러 나왔다는 이진영(20)씨는 “평소 정치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이 SNS 투표 독려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나도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투표를 독려하는 일반인의 자발적인 투표 인증샷 행렬도 지인들을 투표소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시민들은 가족과 함께 투표소 앞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거나 손가락·인중·손바닥 등에 투표용 도장을 찍은 인증샷을 올려 지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트위터 아이디 ‘rose****’는 “아이와 함께하는 첫 투표날이네요. 엄마·아빠가 너에게 주는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라는 글을 남겼다. 아이디 ‘suga****‘는 “엄마·아빠·오빠랑 국민권리 행사하고 갑니다”라고 썼다. 한 시민은 얼굴 전체를 붉은색 투표 도장 문양으로 그려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색 이벤트도 투표 독려에 기여했다. 한 유권자가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국민투표로또’에는 투표인증 참여자가 90만명을 웃도는 등 높은 참여 효과를 냈다. 국민투표로또는 유권자가 홈페이지나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해 투표 인증샷을 응모하면 추첨으로 최대 500만원의 상금을 제공하는 행사다.
KAIST 학부 총학생회는 투표율 높은 학교를 뽑는 이색 대항전도 열었다. 소속 대학을 선택하고 인증사진을 올리면 각 대학 투표율과 투표수가 합산돼 순위가 정해진다.
올해 대선에는 후보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번 선거부터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취지의 개정 공직선거법이 적용됨에 따라 선거 당일에도 온라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각 후보들은 ‘투표참여 독려’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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