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기에는 우리 앞에 닥친 경제 현실이 너무나도 엄중한 것이 사실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뿐 아니라 사드 문제로부터 야기된 중국과의 통상 문제 등이 우리 경제를 시시각각으로 위협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성장 엔진이 점차 꺼져가는 가운데 청년실업이나 가계부채 등의 심각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의 경제체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비록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재정·통화정책과 구조조정 같은 외과수술적인 방법으로 빠른 기간 안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문제들은 우리의 건강을 천천히 악화시키는 고혈압처럼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잘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경제의 기초체력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대규모 수술도 어렵고 복용하던 약의 효과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진짜 위기가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2~3% 성장률을 두고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만 10년 뒤에는 2~3%씩이라도 성장하던 시절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전교에서 꼴찌를 하던 학생이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한 결과 이제 어느덧 전교에서 30등 안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우등상을 받기 위해서는 성적을 더 올려야 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오히려 여러 가지 이유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마저 줄어들 형편이다. 이제 이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경제도 최빈국에서 출발해서 1인당 소득 기준으로 세계에서 30위권 내의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1인당 소득은 3만달러의 벽에 수년간 막혀 있고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니 점차 뒷걸음질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성적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주어진 공부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의 양에 의존하는 것이 어렵다면 생산요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것만이 성장률 하락의 속도를 최대한 완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생산요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은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운용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시장은 완벽하지 않으며 따라서 시장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기능이 위축된다면 시장의 실패보다 더 큰 정부의 실패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시장기능을 강조한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은 법과 제도·규제의 정비를 통해 시장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금융정책·산업정책·조세정책뿐 아니라 교육·의료·복지정책 등 사실상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과연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현재의 조세제도와 산업구조가 이러한 인재가 정말 필요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한정된 자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에 적절하게 배분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한편 제도 변화나 규제 완화는 필연적으로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을 초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효율성 증대로 승화시키는 것 또한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새 대통령과 정부의 임기는 5년에 불과하지만 국민경제는 임기라는 것이 없다. 효율성을 높이려는 새 정부의 노력이 어쩌면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밑거름이 될 것이며 향후 5년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박수 쳐줄 수 있는 새 정부의 5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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