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tvN ‘코리아 갓 탤런트2’ 세미파이널 경연장. 한 중년 남성이 인터뷰를 하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오디션에 출전한 한 여고생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이 남성. 이 여고생 가수의 팬클럽 회장이었다.
도대체 이 여고생이 누구이길래. 사람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았던 걸까. 지난 5일 어린이날, 서경스타는 이 화제의 여고생을 만났다. 지금은 어엿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천재 트로트 소녀’ 바로 유민지(21)씨다.
#왜 트로트냐고?!
유민지는 젊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트로트’야?” “아이돌과 K-POP해보지 그랬어?” 유민지의 답은 명확했다. “생활이 트로트였어요. 저도 트로트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보니깐 이렇게 돼 버렸네요.”
노래를 유독 좋아하는 할머니와 부모님들이 자꾸 흥얼거리는 걸 따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단다. 특히, 피아노를 한창 배울 무렵, 노래교실에 다니시는 할머니가 가져다 준 ‘4박자’ 중심의 악보는 트로트 입문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초등학교 때는 “동요를 왜 트로트처럼 부르냐”는 선생님의 꾸지람을 듣고, 합창단을 그만둘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생활이 트로트였다’는 그녀의 얘기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유민지가 본격적으로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된 사건은 초등학교 5학년때 엄마 대신 나간 동네 노래장에서 1등을 한 후부터다. 이후 경남 양산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래 경영대회에서 나가는 족족 상을 휩쓸었다.
원래 방송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트로트’가 좋은 걸 어떻게 막을 수는 없었다.
#방송으로 떴다?!
유민지는 정식 트로트 가수를 데뷔하기 전부터 이미 방송인이었다. 그녀는 △KBS ‘전국노래자랑’ 인기상(2009년) △실버TV ‘전국 나눔 노래자랑’ 대상(2009년) △KBS 제2라디오 즐거운 저녁길 로고송 1년간 고정방송(2010년) △KBS 재능 나눔 봉사단 고정 공연(2010년) △SBS ‘강호동의 놀라운 대회 스타킹 출연(2010년)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끼를 뽐냈다.
이 중에서도 2010년 MBC라디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주최로 처음 열린 ‘싱벙스타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고, 꿈에 그리던 음반취임을 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윤명선 작곡가(장윤정의 ‘어머나’ 작곡)가 준 ‘아가’로 정식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이후에도 KBS 아침마당과 Mnet ‘트로트X’, MBC 가요베스트 등 끊임없이 방송 스케줄이 이어졌다. 특히, tvN ‘코리아 갓 탤런트2’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하면서 ‘천재 트로트 소녀’라는 별칭을 얻게 되기에 이르렀다.
유민지는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트로트를 K-POP처럼 전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출현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트로트를 가르쳐, ‘유민지를 통해 한국의 트로트를 알게 됐다’는 얘길 듣는 게 소원이예요.”
#롤모델은 이미자가 아니라 나훈아?!
‘트로트 신동’이었던 유민지는 주로 가수 이미자나 주현미, 심수봉 같은 대선배들의 곡을 부를 때가 많았다. 그래서 롤모델이 이 중에서 누구냐고 물었다.
“저는 나훈아 선배님이 제 롤모델인데요. 우연히 콘서트에서 봤는데, 음악을 진심으로 하는 것 같았어요. 엄청난 열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대를 장악하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가수 이미자씨와의 비밀 회동(?)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미자 선생님 50주년 콘서트 때 대기실에서 뵐 기회가 있었는데요. 제가 음반을 드리고, 제 소개를 했는데요. 이미자 선생님이 ‘네가 정통 트로트계를 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너무 놀라고 또 감동을 받았죠.”
아쉽게도 아직까지 따로 연락은 없단다. 그래도 대스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만큼 타고난 자질과 끼는 충분하다는 증거다.
#‘트로트 천재’도 성장통 겪는다?!
유민지는 지금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는 상태다. 최근까지 매너저를 뒀지만, 여러 사정으로 정리했다. ‘트로트 천재’로 불렸던 그녀이지만, 최근 가요계 현실 앞에서 고민이 많다.
“혼자는 너무 힘이 드는 것 같아요. 다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무대에도 매일 오르고 싶은데, 함께 할 사람이 간절합니다. 동업자가 필요해요.”
성인 무대에 이제 막 도전장을 내민 유민지로써는 대스타들인 이미자도 주현미도 나훈아도 다 경쟁상인 현실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도 꾸준히 ‘아이참’과 ‘창강나루’ 등 곡을 써줬던 김동찬 작곡가의 도움으로 녹음실과 집을 오가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반주만 들으면 계명을 알 수 있고, 그래서 모든 노래를 트로트로 할 수 있다는 그녀. 유민지씨의 꿈을 들어봤다.
“저는 트로트가 그냥 좋아서 망설임없이 가수가 됐어요. 이제 노래만 하는 가수가 아니라 작사와 작곡까지 하는 트로트계의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가수 아이유와 데뷔시기나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트로트계의 ‘아이유’로 불려졌으면 좋겠어요.”
/글·사진=서경스타 안신길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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