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원하는 *해피한 배우’ 김원해는 2017년, KBS 2TV ‘김과장’에선 이 시대 직장인과 중년 가장의 아픔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추부장’으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선 김광복과 오돌뼈를 오가는 극과 극의 1인 2역으로 웃음을 전했다.
▶김원해에게 ‘짬뽕’이란
신스틸러 배우의 인기에 힘입어 연극 무대 콜을 받은 배우가 아니다. 2007년부터 꾸준히 연극 ‘짬뽕’ 무대를 지켜온 김원해는 “10년째 신작로 김원해입니다. 반갑습니다.”고 인사를 건넸다.
2004년 초연한 연극 ‘짬뽕’(작 연출 윤정환)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인 5.18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짬뽕 배달사고로 5.18이 일어났다고 믿는 중국집 ‘춘래원’ 식구들이 소박한 꿈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블랙코미디 연극이다.
극 중 주인공인 중국집 사장 ‘신작로’와 매년 만나고 있는 김원해와 극단 산 ‘짬뽕’의 인연은 윤정환 연출의 2007년 전화 한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간 ‘난타’ 배우로 활동한 김원해가 배우의 자리를 뒤로 한 채 김밥 집을 하던 시기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김밥 집을 했었어요. 그때 윤정환 연출이 연극을 하자고 불러서 하게 됐지요. 다시 또 무대에서 배우로서 열정을 꽃 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바로 ‘짬뽕’입니다. 매년 하고 있어요. 그게 인연이면 인연이고, 좋은 작품에 불러주셔서 너무 고맙죠.”
‘짬뽕’ 이후 그를 부르는 러브콜은 점점 많아졌다. 바쁜 와중에도 그가 연극 무대를 지키는 이유가 단순히 윤정환 연출과의 의리 때문만은 아니다.
▶김원해에게 ‘역사’란
그는 “처음엔 배우로서 열정을 다시 되살리는 게 좋아 참여했는데, 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잘못된 역사에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매년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원해는 매년 연극 ‘짬뽕’ 무대에 서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사실 ‘짬뽕’이란 제목만 듣고선, 중국집 이름인지 아는 사람도 많고요. 무슨 연극인지 아직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10년이 넘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연극이 그렇잖아요.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세대들이 너무 역사를 교과서 속 한 줄로 ‘훅’ 배우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요.
5.18 이란 게 우리세대에 겪었던 아픔이고, 또 우리 자식 세대들은 그들의 부모세대들이 겪었던 아픔입니다. 그런 것들이 너무 과정 혹은 절차 없이, 제가 보기엔 앞 뒤 없이 훅 지나가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짬뽕’은 그런 의미에서 꼭 해야 하는 연극 같고. 그래서 많이 보셔야 되는 연극 같습니다.“
▶김원해에게 ‘배우’란
연극 ‘짬뽕’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연극이 아닌,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한번쯤 다시 그날을 기억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다. 극 말미에 주인공 신작로의 독백과 함께 불려지는 산울림의 ‘청춘’은 극의 진정성을 더해준다.
‘짬뽕’과 함께 한 10년은 그가 10년간 버텨 온 열정, 웃음 그리고 한숨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랜 시간 5.18의 역사와 함께 한 김원해는 이제 남은 10년은 세월호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어려운 시절이 10년 있었고, 어느덧 그 10년을 넘어갔어요, 매년 새롭죠. 신작로가 극 중에서 36살인데요. 38~9살 즈음에 ‘짬뽕’을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50을 바라보고 있어요. 신작로와 함께 저도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고 있어요. ‘짬뽕’은 올해가 마지막인가 싶기도 해요. 매년 새로운 배우들이 ‘짬뽕’에 합류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하니까 그것도 신선해요. 올해는 또 좋은 배우가 들어와서 더욱 신나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무대 위 딴따라를 꿈꾸는 그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쑥스러워했지만, 우리 시대의 ‘의인’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우리가 계속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역사라는 게 그렇지 않잖아요. 아픈 역사도 생기고 묻어두려고만 하는 역사, 숨기려는 역사도 생기는 걸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것은 좀 들춰내서 다시 한 번 지금 세대들이 환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짬뽕’도 그런 의미에서 시작 했어요. 그리고 아직 시신수습도 안 된 세월호 문제도 그래요... 이런 세상의 일들을 환기시키는 일은 소위 말하는 딴따라들이 해야 되는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뷔 27년차 배우 김원해는 1991년 뮤지컬 ‘철부지들’로 데뷔한 이후 TV, 브라운관, 연극 무대 등을 종횡무진 누볐다. 2014년 영화 ‘명량’ 이후 ‘아수라’, 드라마 KBS ‘화랑’ tvN ‘혼술남녀’ 등에 출연하며 신스틸러란 별명을 얻었다. 사실 그 앞에선 ‘신스틸러’란 명함을 쉽게 내밀수 없다. 맡은 역할의 끝, 아니 그 너머까지를 보여주는 배우이기 때문
▶김원해에게 ‘인기’란
20년 동안 무명의 시간을 견뎌 온 그다. 드라마 ‘김과장’에서 들을 수 있었던 ‘1번 버티기, 2번 더 버티기, 3번 죽어도 버티기’는 바로 김원해에게 말하는 이야기였다. 갑작스런 대중의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본인의 주관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뭐..여러가지 하다보면 얻어걸리는 것도 있고 잊혀지는 것도 있고 그 중에 하나죠 뭐.(웃음) 별거 없습니다.”
“잠은 한데서 자도 밥은 김 없이는 안 먹는다”는 김원해의 2017년 여름은 바쁘다. SBS 사전제작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7월에 방송되는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그리고 영화 ‘흥부’에도 출연한다. 그 중에서도 연극 ‘짬뽕’은 그의 숨소리를 바로 코 앞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매년 하니, 내년에 보면 되겠지’ 란 생각을 하는 관객의 심리도 꿰뚫고 있던 김원해는 “짬뽕이 어김없이 올해도 공연을 합니다. 올해 공연을 놓치면 기약이 없어요. 15주년 공연을 내년에 또 한다는데 모르는거죠(웃음) 어디서 할지도 몰라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시고 보러오세요. ‘짬뽕’을 보시고 우리 역사를 되새기면서 우리의 미래를 한 번 펼쳐봅시다. 함께요~7월 2일까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로 편한 교통수단으로, 지하철타고 오셔도 되고, 버스타고 오셔도 되고, 택시타고 오셔도 됩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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