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승부의 향배를 결정 지을 변수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지난 3일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국면’이 이어지면서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경우 대선 판세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첫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보수층 결집의 규모와 위력이다. 대선 레이스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1강(强)· 2중(中)’ 구도로 재편된 것은 보수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는 이런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실버크로스(지지율 2·3위 후보 간 역전 현상)는 물론 대권의 최종 승자로 등극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캠프는 우파 결집이 일부 있더라도 보수층 표심은 안·홍 후보로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구도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향한 ‘소신 투표층’이 얼마나 될 것인지도 막판 관전 포인트다.
심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한 막바지 기간 일부 조사에서 10% 벽을 돌파하는 등 TV 토론 이후 가파른 상승가도에 올라탔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진보정당의 미래를 위해 심 후보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좌파 유권자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어떤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던 유 후보의 지지율도 대선 막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집단탈당 사태를 기점으로 보수를 개혁하겠다는 유 후보의 소신이 주목받으면서 후원금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지지율 역시 캠프 자체 조사 결과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소신 투표 규모가 늘어나면 문·안 후보의 득표율이 떨어지면서 정통 우파를 자처하는 홍 후보가 다소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 투표율 또한 주요 변수다. 문 후보는 2040세대, 안·홍 후보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지지를 주로 받고 있는 이번 대선 역시 ‘세대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대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50대가 82%로 가장 높았으며 60세 이상이 80.9%로 뒤를 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면 1차적으로 안·홍 후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이후 고조된 정치 열기 속에서 젊은 층이 투표장에 집결하면 오히려 문 후보가 무난히 대권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역별 투표율도 관심거리다. 앞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의 경우 권역별로 살펴보면 호남 투표율이 30%를 웃돌면서 20%대에 그친 영남 등을 압도했다.
이를 두고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안철수 캠프는 일제히 “승기를 잡았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여론조사 공표 허용 기간 나온 수치를 보면 호남에서는 ‘문재인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자극받은 영남권 유권자들이 9일 투표장에 결집하면 판세는 예측불허의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울러 가짜뉴스·네거티브 공방전이 유권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후보 측은 “안철수 캠프가 아들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생산·배포했다”며 실무진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각 진영은 선거 막판까지 부동층 표심을 위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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