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구동이 앞선 기술입니다’ ‘벤츠·BMW 등 고급 차는 후륜구동입니다’.
지난 1980년대 자동차 광고에 나오던 말이다. 앞바퀴를 움직여 추진력을 얻는 전륜구동은 엔진과 뒷바퀴를 연결하는 차축이 필요 없어 차량의 무게를 줄이고 실내공간을 넓힐 수 있다. 반면 후륜구동은 차축이 중심을 잡아 안정적이고 승차감이 우수하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지라 어느 것이 더 낫다 하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을 두고 벌어지는 정부 주도냐 민간 주도냐 하는 논란은 당시 광고를 생각나게 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맞고 민간이 혁신의 주역이 되고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이전 산업혁명과 판이하다는 점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변화의 파고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륜과 후륜을 모두 이용해야 한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4륜구동처럼 민간과 정부가 함께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다른 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민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간이 앞서게 정부는 지원하되 민간이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투자 등은 정부가 주도한다. 민관 협력이 겉돌지 않게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을 헤쳐나갈 비전이나 방향은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제시하더라도 정부 정책을 조율하고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허브가 있어야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실행의 추동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허브를 너무 많이 둔다면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지는 모르나 의견 조정에 시간이 걸리고 혼선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가 빠르고 파괴력이 크다는 점에서 분산보다 집중해 통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통할부처의 자격으로는 산업현장과 밀접해 기업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중시하는 정부와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민간은 시각과 입장이 같을 리 없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작정 변화시키려 하거나 맞서면 자칫 오해를 빚고 관계를 그르치기 쉽다. 그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은 오랫동안 실물경제를 다뤄온 산업부처가 통할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산업부처는 부품소재부터 로봇·자율주행차까지 다양한 업종을 포괄해 융복합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강점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도약이냐 침체냐를 가를 4차 산업혁명의 비탈길에 서 있다. 비탈길이 가파르기만 하면 다행이련만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하기까지 하다. 까딱하다가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른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려면 민간이나 정부 어느 하나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이 앞에서 혁신과 융합의 꽃을 피우고 정부는 뒤에서 하나 된 통할부처 아래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4륜구동 동력이 있어야만 한국 경제는 비탈길을 헤쳐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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