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부 독재자들을 두둔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던 미국의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을 ‘영리한 녀석(Smart cookie)’이라며 호감을 보이는 등 독재자들에 대한 우호적인 행보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약상들을 무참히 살해한 행위를 자랑하듯 떠벌리고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인 살해를 배후에서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지칭하면서 미국 역시 많은 살인을 저지른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하자 축하 전화를 건 데 대해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반체제 인사 탄압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 백악관 측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김정은을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애써 감싸면서 그가 국가 원수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우호적인 발언이 북한에 압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둘러댔다가 빈축을 샀다.
존 맥로린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은 NBC방송에서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두고 “우리가 인권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CR)의 워싱턴 지부장 새러 마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의 지배를 훼손하고 있다며 동맹국들과 적들에게 인권이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이 아니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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