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2,7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투자운용본부장(CIO)은 “트럼프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보여온 증시가 10~15%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제 고위험 하이일드채권을 매각할 때가 됐다”며 “자산담보부증권 등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갈아타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라고 권했다. 매사추세츠뮤추얼생명보험의 톰 핀케 CIO 역시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의 하이일드채권 등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지난 2월 이후 30%가량 수익을 낸 만큼 이를 실현하면서 일부 자금은 안전자산 매입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월가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는 것은 트럼프 정책 이행에 대한 강한 회의감 때문이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미국 6대 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트럼프의 발언을 이제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폐기를 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실제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초대형은행 분리에 대해 언급한 데 대해 의회의 반대 등을 거론하면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금융규제 분야가 전문인 에런 커틀러 변호사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은 트럼프 정부에 혹여 찍힐까 우려해 실명으로 비판을 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법안에 사인이 되면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세션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역설한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과 인프라 투자 효과에 대한 반응도 싸늘했다.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비공개 세션에서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민관 합작사업 참여를 독려하지만 민간기업 참여는 저조할 것”이라며 “불분명한 대규모 감세 계획보다 작아도 확실한 (감세) 정책이 나오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다만 백악관 전략정책포럼 위원장인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트럼프 정부는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실용적이고 (재계에) 호의적”이라며 “감세와 규제혁파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