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영화 ‘스푸어’가 선정됐다. 영화 ‘스푸어’를 연출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영화 ‘토탈 이클립스’, ‘카핑 베토벤’, ‘비밀의 화원’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감독이다. 홀란드 감독이 ‘무정부적 생태 페미니즘 영화’라고 규정한 신작 ‘스푸어’는 현대사회의 풍자적 요소를 세련되고 박력 있는 방식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만 은곰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체코와 폴란드를 가로지르는 장엄한 수데티 산맥을 배경으로 한 오프닝 장면은 영화 영상미학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인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여성과 환경에 대한 무시, 학대, 폭력을 매개로 남성들끼리 연결되어 지배와 위계를 유지하는 현대 가부장제 사회를 폭로하는 거대한 농담이자 한 편의 복수극”이라고 소개하며 “다른 어떤 영화보다 영화 ‘스푸어’가 여성과 환경, 생태 등 다양한 존재들이 모여 이루는 유토피아를 훌륭히 보여주고 있어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대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물결’ 섹션 상영작으로는 중량감 있는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위시로 한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영화 ‘올란도’의 감독으로 페미니스트 영화사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샐리 포터의 신작 ‘더 파티’, 영국의 거장 예술영화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신작 ‘아메리칸 허니’등이 소개됐다. 또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미셸 윌리암스, 로즈 던 등 걸출한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화제가 된 영화 ‘어떤 여인들’과 젬마 아터튼, 빌 나이 등의 출연한 영화 ‘아름다운 나날’들이 기대감을 더했다.
올해의 ‘쟁점’ 섹션에서는 ‘테크노페미니즘: 여성, 과학 그리고 SF’의 주제로 과학기술과 SF 장르를 여성의 관점에서 보는 획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영화들이 소개되었다. ‘도나 해러웨이 스토리’, ‘컨시빙 에이다’ 등은 남성의 역사에 가려진 여성 과학자들을 다룬 영화들과 ‘코드걸’, ‘GTFO’ 등은 과학, IT, 비디오 게임 등의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배제된 여성들을 주목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시선을 끌었다. 이 중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은 최근 IT 영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로 상영될 영화 ‘동두천’이었다. 최악의 미군 범죄 ‘윤금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동두천’은 상영 뒤 ‘VR 프로젝트 포럼-동두천’까지 예정돼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섹션으로 영국의 전설적인 여성영화감독 리지 보덴의 영화 <’꽃 속에 태어나서‘와 베라 히틸로바의 ’무언가 다른 것‘ 등의 영화를 소개했다. 또한 앞서 ‘새로운 물결’에서 ’더 파티‘로 소개 된 샐리 포터 감독의 초기작 ’스릴러‘, ’골드 디거‘ 같은 페미니스트 고전들이 상영을 예고했다.
다양성을 지지하며 성적 소수자들의 삶과 사안을 다룬 영화를 소개해 온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서도 ’나만의 필살기‘, ’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등 최근작들과 중국어권 및 한국의 퀴어 작품들 중 다채로운 주제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선정, 소개되었다. 이 외에도 여성영화인을 위한 영화 기획개발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피치&캐치와 올해 역대 최다 출품 기록을 경신하며 기대감을 높인 경쟁부문 ‘아시아 단편경선’과 ‘아이틴즈’ 작품들의 면면이 소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올해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영화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이 참석해 제작발표 및 소감을 전했다. 김보람 감독은 “영화를 찍기 위해 함께 참여하는 동료들과 온갖 종류의 생리 용품들을 사용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영화 ’피의 연대기‘는 지난해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부문에서 원제 ’생리 축하합니다‘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을 수상하여 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트레일러를 제작한 백미영 감독도 함께 자리하여 올해 트레일러에 담긴 메시지와 제작 의도를 전했다. 올해 트레일러는 한국영화 내 여성캐릭터 부재에 대한 내용을 백미영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담아냈다. 백미영 감독은 2012년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피치&캐치 단편 애니메이션 꼭두문화상을 수상하였고,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트레일러 작업에 함께 하며 그 인연을 이어왔다.
마지막 순서로는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페미니스타 배우 한예리의 위촉식이 있었다. 2013년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배우 한예리는 올해 2대 페미니스타로 위촉되어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사회와 아시아 단편경선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더욱 폭넓게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예리는 “페미니스타가 되고 나서 여성영화인으로서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좀 더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여성 영화인들의 외침에 대답하는 것이 페미니스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올해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 드린다”고 페미니스타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화제 개막 준비에 돌입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2017년 6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7일간 신촌 메가박스에서 진행되며, 올해 상영작과 주요 이벤트 정보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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