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죄 공판 첫 준비기일을 2일 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23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소사실이 많고 검찰 제출 증거가 방대한데다 박 전 대통령 구속기한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준비기일만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속한 재판 의지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1회 공판 이후로는 최서원(최순실) 뇌물 사건과 병합해 신문을 진행할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강요 재판과 병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 불출석한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증거기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겠다”며 공소장 내용의 일부 석명(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을 검찰에 요구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서 추가 출연금 70억원을 받은 사실과 SK그룹에 지원을 요청해 협의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뇌물수수·뇌물요구 혐의는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데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는 오랜 세월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서게 한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며 “같이 재판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문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번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분리 심리를 원한다는 의견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뇌물죄 공소사실이 동일하고 증인이 전부 중복돼 그 부분을 함께 심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서울시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의 변호인단은 피고인 접견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이 갇혀 있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최씨를 이감시켜달라는 요청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치소 이감이 재판부 권한인지 의심스럽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행정소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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