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방송됐던 KBS2 ‘뮤직뱅크’를 통해 공개된 1위는 상당히 파격적이면서도 놀라운 이변에 가까웠다. ‘휘휘’로 활동 중인 라붐과 ‘사랑이 잘’로 돌아온 아이유가 각각 1위 후보로 올라온 가운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이유가 아닌 라붐이 1위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었다.
라붐의 ‘뮤직뱅크’ 1위가 확정되면서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는 라붐이 장식했다. 다만 이번 검색어는 영광이 아니었다. 2014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위 트로피를 거머쥔 라붐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녀들의 ‘1위’에 대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지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뿐 아니라, 아이유의 경우 멜론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 순위를 섭렵한 반면, 라붐의 ‘휘휘’는 100권에도 들지 못한 곡이었던 것이다. ‘뮤직뱅크’를 시청한 많은 이들은 “‘온라인 음원차트’ 1위와 300위권이 싸웠는데, 1위가 이유도 모른 채 졌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라붐에게 1위를 안겨준 ‘음반판매량’에 대한 의심으로 넘어갔다. 현재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방송 점수, 음반 점수를 합산해 1위를 결정하는데, 라붐은 디지털 음원점수와 시청자 선호도 중심에서 아이유에 크게 밀렸지만, 방송점수와 음반점수에서 격차를 벌리면서 1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아이유의 ‘사랑이 잘’의 경우 앨범 발매 전 음원인 만큼 음반점수에서 0점을 받았다.
아무리 아이유의 ‘사랑이 잘’의 음반판매량이 집계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라붐이 2만 8000장의 앨범 판매고를 낸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의구심을 품었고, 암암리에 돌았던 ‘사재기 의혹’이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오고 말았다.
사재기 의혹이 더욱 짙어진 것은 ‘뮤직뱅크’ 측의 해명이 나오면서부터였다. 일각에서는 “라붐의 솔빈이 MC를 맡고 있어서, MC를 밀어주기 위해 1위를 준 것이 아니냐”며 공정성의혹에 대해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 바 있는데, 이에 대해 ‘뮤직뱅크’ 측은 30일 “데이터만으로 볼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딱 잘라서 밝힌 것이다.
‘뮤직뱅크’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 라붐의 사재기 의혹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뮤직뱅크’ 측의 데이터가 옳을수록 라붐의 1위 일등공신으로 ‘사재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라붐의 소속사 글로벌에이치는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라붐의 두번째 미니앨범 ‘미스디스키스’는 결고 음반 사재기가 아니다. 사재기로 몰고 간 악플러들에 대해 허위사실유포로 법적 대응을 논의 중”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논란의 중심’에 오른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라붐은 지난 2월 프랜차이즈 S사와 2년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S사는 국내에만 500여개 이상 체인점이 있으며 동남아시아에도 가맹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그룹이다”라며 “S사의 광고주 측은 전국 매장 및 해외 매장에 이벤트 프로모션용 이용고객 증정 이벤트를 제안, 유통사를 통해 정당하게 CD를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하느니 못한 해명에 가까웠다. 사재기 의혹은 ‘악플’이 아닌 합리적인 의혹에 가까웠으며, 팬이 아닌 광고주가 라붐의 음반을 대량으로 산 덕분에 때문에 음반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설명은 상식선에서 ‘사재기가 아니다’고 말하기에 찝찝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라붐의 1위는 음반판매량을 통해 얼마든지 1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됐으며, 더 나아가서는 ‘뮤직뱅크’로 대표되는 음악방송 순위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광고주가 대량으로 산 것도 음반판매에 집계가 된다면 대중의 반응과 동떨어진 1위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가수들에게도 절대 긍정적이지 못하다. ‘휘휘’로 컴백한 라붐은 그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렇기에 처음 자신들이 1위로 불리고 난 뒤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오늘 #뮤직뱅크 1위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지금까지 곁에서 함께해준 우리 라떼들 덕분이에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더더 열심히 하는 겸손한 #라붐 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감격은 각종 의혹들로 더렵혀지고 말았다. 심지어 ‘공든 탑이 무너지듯’ 그동안 쌓아 올려왔던 모든 좋았던 것들이 무너지고 ‘사재기 의혹’ 그룹으로 전락했다. 파격적인 1위는 논란을 낳았고, 논란은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이 같은 논란이 노이즈마케팅으로 이어졌으면 좋았으련만, 애석하게도 라붐의 ‘휘휘’는 여전히 100위 권 안에서 찾아보기 힘들며, 역주행의 가능성도 현재까지는 희박한 상황이다.
지상파 음악방송 1위는 준비되지 않은 라붐에게 있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였다. 특히 그 상대가 음원강자 아이유였던 만큼 더더욱 1위의 대가는 혹독했다. 왕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파격적인 1위는 논란을 낳았고, 논란은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으로 이어졌다. 라붐, 견딜 수 없는 왕관은 애초에 넘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뻔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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