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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6 미리 본 새정부 가상 시나리오] 내가 본 아버지 홍준표...장남 홍정석씨 본지 기고

'센척'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

'문맹 할머니' 존경하는 아버지 자랑스러워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장남 홍정석씨가 산행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사진제공=자유한국당




제 아버지는 참 강한 분입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아버지는 홀로 세상에 맞서는 커다란 등판이었습니다.

저는 큰아들이기에 아버지의 기대도 컸고 그만큼 엄격하게 자랐습니다. 엄하기만 한 아버지를 많이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기에 자라는 동안 아버지와 다툼도 많았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한 번은 아버지께 혼난 것이 못내 억울해서 사과하시라고 당돌하게 요구했습니다. 아버지는 기가 차셨는지 며칠 동안 대꾸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제 마음속 원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군 입대 당일이 되자 아버지는 저를 안아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홍준표 아들답지 않게 처신한 너도 잘못이지만 심하게 화를 낸 것은 잘못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아버지와 저의 오랜 앙금은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친한 아버지와 아들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술이 센 척하시지만 사실은 술을 많이 못 드십니다. 검사 시절, 회식이 있는 날이면 종종 경비 아저씨에게 거의 업히다시피 해서 집에 들어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안기부 파견검사 시절 러시아에 회의를 하러 가서 보리차로 만든 가짜 술로 술 먹는 척 연기했던 일화를 즐겨 말씀하시고는 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기죽지 않기 위한 ‘보리차 술’ 덕분에 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오셨다고 합니다. 지기 싫어하는 모습, ‘센 척’하는 모습이 아버지를 닮은 아들인 저에게도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혼쭐이 났던 설거지 발언도 아버지 특유의 ‘센 척’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롱맨’ 홍준표에게는 알고 보면 자상한 면이 많으십니다. 검사 시절, 바쁜 와중에도 주말이면 두 아들과 어머니를 데리고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대한민국 방방곡곡 안 가본 명승고지가 없습니다. 일이 많으셔서 퇴근이 늦기는 했지만 일찍 퇴근하시는 날에는 여지없이 두 아들과 놀아주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말타기 놀이, 씨름 등등 안 해본 놀이가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카드놀이를 자주 했습니다. 항상 우리가 졌지만 마지막에는 아버지가 용돈을 주려고 슬쩍 잃어주시고는 했습니다.



가끔 두 아들에게 싫은 소리도 하고 꾸지람도 하시지만 돌아서서는 바로 마음이 약해지십니다. 아들들에게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핸드폰 메시지로 ‘아들아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한 말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잘되었으면 한다’고 보내고는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본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입니다. 아버지가 검사를 그만두시고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얼마 되지 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누가 볼까 상갓집 구석에서 혼자 흐느껴 우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버지의 눈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강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구나. 약한 면도 있는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두 번째로 본 아버지의 눈물이 경남도지사 퇴임식 때입니다. 내 어머니, 내 아버지 산소 곁에서 일할 수 있어서, 자주 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펑펑 우시는 아버지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보았습니다. 저도 회사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학교에 가보지도 않은 무학인 할아버지와 문맹인 할머니 밑에서 단돈 1원의 유산도 받지 않고도 꿈을 잃지 않고 피나는 노력 끝에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학에 문맹인 부모가 부끄러울 법도 한데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을 물으면 아버지는 ‘내 엄마’라고 얘기하며 자랑스러워합니다.

아버지, 저도 그런 당당한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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