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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클린턴-김정일 회담 추진...'페리 프로세스' 재개하나

페리 조정관 '先대화 後강경책'

경제제재 해제·核 중단 이끌어

부시 정부 등장에 회담은 무산

지난 2000년 10월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이 평양의 최고급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추진됐던 지난 1999년 ‘페리 프로세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긴밀하게 협의하고 해결 과정을 함께했던 역사로 1999~2000년 진행됐다.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만나고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까지 추진됐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무산됐고 이후 대북정책이 강경책으로 급변, 페리 프로세스는 폐기됐다. 당시 상황을 일자별로 정리한다.



1998년 11월23일 클린턴 미 대통령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했다. 페리 조정관은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한창 고조됐던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국방장관으로서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검토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북 조정관에 임명된 후 방한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뿐 아니라 북한도 방문해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 고위인사를 두루 만났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당초 대북 강경론자이던 페리는 온건책과 강경책을 병행하되 먼저 온건한 방식을 사용하고 잘 안되면 강경책을 쓰는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 미 의회에 보고(1999년 9월15일)했다. 즉 1단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일부 완화, 2단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 3단계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실제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미국과 북한 양쪽의 조치들이 잇따랐다.



1999년 9월17일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했고 일주일 뒤인 9월24일 북한은 미사일 발사시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어 북미 회담이 베를린과 뉴욕에서 잇따라 개최됐다.

북미의 화해 분위기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2000년 4월10일 우리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발표했고 그해 6월13~15일 역사적인 1차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북한은 그 사이 4월18일에는 폐연료봉 밀봉을 완료했고 5월29~31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화해 분위기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같은 해 6월19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북 경제제재를 대폭 완화했다. 무역투자, 금융 서비스, 대북 송금, 항공기 운항 허용 등의 내용이다.

이후 10월9~12일 조명록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특사로 방미해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북미 적대관계 종식 선언, 평화보장체제 수립, 경제·무역 전문가 상호 교환, 기본 합의문 준수,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 미국 대통령 방북을 위한 미 국무장관 방북 등이다.

이어 북미 합의에 따라 10월23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했다.

그러나 그해 11월7일에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W 부시 후보가 재검토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승리하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도 중단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12월23일 시간부족을 이유로 북한 방문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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