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되는 EBS1 ‘리얼극장 행복’에서는 ‘의절한 형제, 가수 제임스킹’ 편이 전파를 탄다.
혼혈 1세대 트로트 가수 제임스킹. 그의 어머니는 6.25전쟁 1.4 후퇴 때 내려온 실향민이다. 전쟁 통에 둘째 아들과 남편을 잃고 큰아들과 힘들게 살아갈 무렵, 제임스킹의 아버지를 만났다. 흑인 미군과 재혼해 남매를 두었지만, 결혼생활은 길지 못했다.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술을 가까이했던 제임스 킹의 아버지는 문제를 일으켜 미국으로 귀환 조치된 것. 제임스킹이 태어나기 한 달 전이었다.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제임스킹의 아버지는 매달 편지와 생활비, 장난감을 부쳐주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곧 데려가겠다는 말과 함께. 지병으로 갑자기 사망하기 전까지는.
어린 제임스킹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열다섯 살 터울의 피부색이 다른 형 김경해씨였다. 늘 이유 없이 괴롭히고, 어머니에게 용돈을 타가기 바빴던 철부지 형. 얼굴색이 달라 밖에서 받는 따가운 시선보다 형의 주먹이 더 무서웠다. 가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형은 축구에 재능이 있던 제임스 킹의 진로마저 가로막았다.
그리고 17살이던 제임스킹의 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았던 형. 제임스킹은 돈을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갔고, 그 뒤 30년간 형과는 단절한 채 살아왔다.
형 김경해(72) 씨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가 제임스킹의 아버지와 재혼한 건 그의 나이 10살 무렵. 어린 마음에 아빠가 생겨 좋았지만, 제임스킹의 아버지는 경해 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빠라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 경해 씨는 제임스킹의 아버지가 집에 오면 밖에 나가 시간을 보내야 했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는 하숙을 했다. 어머니가 양아버지와 새로 생긴 여동생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서럽고 질투도 났지만 표현할 수는 없었다. 제임스킹의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 그때 채워지지 않은 사랑은 평생 경해 씨의 마음에 큰 구멍으로 남았다.
경해 씨는 사회생활도 결혼생활도 원만하지 못했다. 힘들 게 번 돈은 남에게 속아 날리기 일쑤, 제임스킹의 아버지가 남긴 적지 않은 유산마저 사기를 당했다. 동생 제임스킹이 가출 후 밤무대 가수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았지만 구태여 찾지는 않았다. 자신도 살기 어려웠고, 핏줄을 나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생이 괘씸하기도 했다.
형제가 30년 만에 연락하게 된 것은 노모의 병환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원하면서 조금씩 왕래하게 된 제임스킹 형제.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며 싸울 뿐이다. 그런 형제를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무너지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제임스킹 형제는 이제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보려 한다.
처음으로 단둘이 떠난 형제의 필리핀 여행. 일주일간의 이 여행에서 형제는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녹일 수 있을까?
[사진=E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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