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토트넘과 크리스털 팰리스의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드레싱룸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후반 시작과 함께 사이드라인에 선 것은 손흥민(25)이었다. 시종 답답한 흐름 끝에 전반이 0대0으로 끝나자 포체티노 감독은 무사 뎀벨레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윙백 수비수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복귀한 손흥민은 후반 45분과 추가시간까지 52분을 뛰었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토트넘 공격은 후반부터 활기를 찾았고 후반 32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무회전 중거리 슈팅 덕에 1대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직전 경기에서 리버풀을 2대1, 지난 11일에는 아스널을 3대0, 이달 1일에는 첼시를 2대1로 꺾은 끈끈한 팀이다. 고비를 잘 넘긴 2위 토트넘(22승8무3패·승점 74)은 첼시와의 승점 차를 다시 4점으로 좁히며 역전 우승의 작은 희망을 이어갔다. 시즌 종료까지는 5경기가 남았다.
손흥민은 이달 23일 첼시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강(2대4 토트넘 패)에서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포체티노 감독의 변칙 승부수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리그를 통틀어 최근 가장 뜨거운 공격수에게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임무를,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경기들 중 하나에 맡겼다는 데 대해 현지에서도 논란이 컸다. 15일 리그 본머스전 득점까지 4경기 연속골을 이어갔지만 이후 외부요인으로 상승세가 꺾인 셈이 됐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원위치로 복귀시켰고 어찌 됐든 승점 3을 챙겼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68분을 뛴 뒤 이날 제 위치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손흥민은 북런던 라이벌전을 벼르고 있다. 토트넘의 다음 일정은 오는 5월1일 오전0시30분에 열릴 아스널과의 홈경기.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고 6위에 처져 있는 아스널로서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4위 도약을 위해 놓칠 수 없는 한판이다.
손흥민은 이달에만 5골 1도움을 몰아치고 있다. 당연히 ‘4월의 선수’ 강력 후보다. 똑같이 5골 1도움을 기록한 크리스티안 벤테케(크리스털 팰리스)는 이날 토트넘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보태지 못했다. 5골의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 시티), 나란히 4골 1도움을 올린 에당 아자르(첼시)와 필리페 쿠티뉴(리버풀) 등이 손흥민과 이달의 선수를 다툰다. 현지시간으로 4월의 마지막 날 열리는 북런던 더비에서 시즌 20호 골을 터뜨린다면 올 시즌 두 번째 이달의 선수 수상이 눈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올 시즌 이 상을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아직 없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4골 1도움으로 에이스 해리 케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 아시아 최초로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
관건은 포체티노의 머릿속이다. 이날 스리백 수비전술을 들고 나오면서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포체티노는 후반 들어서는 손흥민이 들어간 포백 전술로 효과를 봤다. 케인과 델리 알리, 에릭센 3인방에 대한 믿음이 워낙 두터워 스리백을 쓸 경우 손흥민이 설 자리는 아예 없거나 포지션을 옮겨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스널전에서도 포체티노의 선택에 따라 손흥민의 득점과 이달의 선수 수상 기회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포체티노는 “우리 목표는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은 더 큰 꿈을 꿔야 한다”며 역전 우승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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