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는 전방위 대북 ‘압박작전(pressure campaign)’을 펴는 동시에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북한을 ‘출구(exit)’로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낸 합동성명은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핵·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실패했다”는 점을 명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에서 고강도 ‘압박작전’으로 돌아섰음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이 이날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상원의원 전원을 초청해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3명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합동성명 발표에 나선 것도 북한의 핵 포기 유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부와 군뿐 아니라 의회와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전방위 대북 압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를 서두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위협에 대응해 군사적 측면에서 모든 종류의 옵션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사드의 하와이 추가 배치 계획을 공개하며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면 바로 격추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의 압박’ 정책은 이미 이달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실행돼왔다. 트럼프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수차례 “모든 (대북)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북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중국과의 ‘빅딜’을 통해 중국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와 석유공급 중단 경고 등 중국의 대북 경제 압박을 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사들에게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와 재무부의 추가제재 준비에도 돌입한 상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처음으로 대화 가능성을 담아 북한을 향해 ‘출구’가 열려 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성명은 압박작전의 목표가 “북한 정권이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길로 되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간 거론됐던 선제타격 등 군사 조치는 배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보다 호전적이고 적극성을 띠고 있지만 북측의 핵 포기나 미사일 개발 동결 등 목표한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 결국 협상의 문을 열어놨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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