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지난 24일 방송된 ‘초인가족’에서 시작됐다. 이날 ‘초인가족’에서는 맹라연(박선영 분)이 자신 모르게 꾸준히 아버지의 납골당에 방문한 남편 나천일(박혁권 분)에게 감동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엄마 엄마 조여사(김혜옥 분)와 함께 아버지가 좋아하던 사이다를 하나 사들고 납골당을 찾은 맹라연은 납골당 관계자로부터 “고인의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사위 분도 자주 오시더라”며 그가 남긴 방명록을 찾아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천일이 남긴 방명록 제일 위에 고인의 이름에 ‘정수연’과 방문객 명단에는 ‘정수정’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것이었다. 심지어 남기고 싶은 말도 ‘언니 보고 싶어. 사랑해’였다.
이를 본 많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제시카 크리스탈 자매를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인 제시카의 한국이름은 정수연, 크리스탈은 정수정이었던 것이다. 제시카 크리스탈 자매는 활발한 연예활동을 펼치는 대표적인 친자매이다. 두 사람 모두 인기 걸그룹의 멤버로 활발한 연예활동을 펼친 만큼,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제시카 크리스탈 자매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유명인의 이름이 드라마나 영화 속에 장난스럽게 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시트콤 성향이 가미된 ‘초인가족’인 만큼 유명인들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은 신기하다거나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자매의 이름이 등장한 곳이 ‘납골당 방명록’이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고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제시카의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초인가족’ 제작진은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초인가족’ 측은 “그저 우연의 일치이며 저격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초인가족’은 소소하지만 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그리면서 소박한 감동을 전해준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초인가족’이 주던 감동은 이번 정자매 이름논란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초인가족’ 측의 해명처럼 소품팀이 정수연, 정수정 자매의 이름을 몰라서 생긴, 말 그래도 ‘진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해프닝이라고 해도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고인으로 만든 것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는 필요하다. 특히 이를 본 시청자들은 이미 충분히 불쾌함을 느끼면서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논란을 자초한 ‘초인가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사과’밖에 없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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