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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키스’조동혁X이상이...미친 열정 속에서 자멸하지 않기 위해 (종합)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허무함과 고독함에 다가가다

‘미친키스’조동혁X이상이...미친 열정 속에서 자멸하지 않기 위해 (종합)



연극 ‘미친 키스’가 지독하고 격한 사랑을 담은 드라마에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톤 다운 된 2017년 버전으로 돌아왔다.

100분 동안 맨발로 뛰어다니는 배우들의 예민한 감각은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의 대표작 ‘미친키스’는 1998년 초연된 이후 2007년과 2008년 공연됐다. 이번 네 번째 무대는 조광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작품들을 다시 선보이는 ‘조광화전(展)’으로 관객을 만난다.

‘미친키스’ 출연 배우들과 조광화 연출이 프레스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미친키스’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흥신소 직원인 ‘장정’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인간들의 상실감과 허무함, 심적 고통과 환희 등을 세밀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외롭고, 쓸쓸하지만 열정 넘치는 인간들의 군상이 담겨 있다.

특히 불안감으로 몸부림 치면서 모든 관계를 파멸로 몰고 가는 장정의 모습에서 열정 속에 자멸하는 한 인간의 처절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18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 TOM극장에서 열린 연극 ‘미친키스’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조광화 연출은 “10년 만에 ‘미친키스’를 다시 무대에 올리며 에너지를 빼고, 이미지와 분위기 등 스타일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조광화 연출은 “가부장적인 한 남자의 이야기인 ‘미친 키스’”를 다시 선 보이며, “예전에 비해 지금은 농도 짙은 에너지를 오히려 피하는 시대다. 배우의 에너지는 빼고 히스나 악사의 역할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1998년 초연의 막을 올린 연극 ‘미친키스’는 조광화 연출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 중 하나. 조광화 연출은 “‘미친키스’는 스토리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안에 존재하는 불안감에 대해 그려내듯 이야기하려고 하는 작품이다. 아코디언의 춤곡 같은 경쾌하면서도 듣고 있자면 쓸쓸함에 몸서리치게 하는 선율은 인물들의 희로애락과 극의 드라마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맨발의 인물들과 쓸쓸한 바람소리를 닮은 아코디언 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연극은 여러 마디의 말보다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를 그려내기 위해 몸짓, 안무를 적절히 이용한다. 하나의 몸짓이 인간 내면의 순수한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결정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

또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허무함과 고독함이라는 심리를 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배우들은 연기하는 내내 맨발로 열연을 펼친다. 그렇기에 ‘미친 키스’는 예민한 촉감이 살아있는 연극이라 부를 만 했다.



이는 맨발로 민감하게 감각을 느끼고 접촉에 대한 예민함을 키우기 위해 전작 ‘남자충동’부터 이어져 온 조광화 연출의 극적 장치이다. 조 연출은 “‘남자충동’도 그렇지만 ‘미친 키스’ 역시 예민한 작품이어서 배우들에게 역시 예민해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 순간 무대 위 배우들이 감각을 살리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극단 목화의 오태석 선생님이 줄곧 유지해오신 맨발 연기가 떠올랐다. 맨발이 되는 순간 몸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예민해진다“고 설명했다.

조광화 연출이 ‘미친키스’ 프레스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배우 김두희, 조동혁이 ‘미친키스’ 프레스콜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배우 손병호, 이나경이 ‘미친키스’ 프레스콜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간담회 현장에도 맨발로 등장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있다는 감각은 곧 잊혀지는데, 맨발로 마루를 밟고 있는 감각은 계속적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조광화 연출의 연극에서 늘 회자되는 ‘음악’과 ‘안무’의 적절한 효과는 이번 공연에서도 빛을 발한다. 황강록 작곡가의 음악은 이번 공연에서도 연주자 ‘김미미’에 의해 극 전체를 휘감으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안무가이자 배우로 활약하는 ‘심새인’은 극의 곳곳에서 인물들의 관계에 갈등을 불어넣는 ‘히스’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초연과 재연을 거치며 엄기준, 김소현, 김무열, 박호산 등 공연계의 스타들의 무대가 빛났던 연극 ‘미친키스’의 20주년 기념공연의 주인공은 조동혁과 이상이이다.

조광화 연출은 “조동혁 배우에게 있는 시간의 힘과 이상이 배우가 지닌 깊은 감성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 하게 됐다”며 두 배우의 장점을 설명했다.

한편, 연극 ‘미친 키스’는 배우 조동혁, 이상이, 정수영, 김로사, 전경수, 김두희, 오상원, 이나경, 심새인 등이 출연한다. 5월 21일까지 대학로 TOM극장 1관에서 공연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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