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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라는 하나의 장편소설 들려줄 것”

10년만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18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빈체로




“베토벤 소나타 32곡을 연주하는 건 베토벤이라는 하나의 장편소설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베토벤의 드라마를 청중들과 함께 체험하고 싶다는 욕심에 전곡 연주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1)가 10년만에 32곡에 이르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연다. 지난달 말 충청남도 도청문예회관에서 첫 연주회를 시작, 오는 10월 수원 SK아트리움에서 마무리하는 8개월의 여정이다.

18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 씨는 “베토벤으로 향하는 문을 열 때마다 다른 전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그의 드라마가 이해가 되더라”며 “베토벤의 소나타로 돌아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끝 없는 여정’을 들려줄 것”이라며 이번 연주회의 취지를 소개했다

2007년의 첫 전곡 연주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백 씨는 “모든 연주자는 악보대로 연주하지만 똑같은 스타카토라도 어떤 강도로 어떤 스피드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며 “음악이 담고 있는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게 음악가의 일인데 진실이라는 건 자꾸 변하더라”며 웃었다.

백 씨에게 전곡 연주는 한 작곡가의 음악뿐만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여행이다. 1970년대 초반 뉴욕에서 펼친 라벨 전곡 연주부터 리스트,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작곡가를 연구하고 연주했다. 그런 그에게 베토벤은 더욱 특별하다. “다른 작곡가들은 공부하다 보면 시작과 끝이 보이고 어느 정도 마스터할 수 있어요. 하지만 베토벤은 지금도 공부하다 보면 깜짝 놀랍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 항상 새로운 숙제를 주죠. 그래서 베토벤의 작품을 완전히 소화한다는 건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현재 29개 공연이 확정됐으나 그가 선보일 곡 수에 맞춰 서른 두 차례 무대에 오르는 게 목표다. “전국 어디든 음악을 통해 대화할 관객이 있다면 가야 한다”는 그의 오랜 고집으로 김해, 제주, 부여, 울산 등 전국 각지를 돈다. 오는 9월1~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8회에 걸쳐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 연주 순서와 프로그램도 출판 순서를 따르지 않고 직접 짰다. 비창, 월광, 열정 등 타이틀이 있는 곡들을 한 곡씩 배치하고 각 음악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줄 곡들을 배치했다. 백 씨는 “이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가를 음미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며 “음표들이 사랑하고 서로 끌리는 대로 곡의 순서를 정했다”고 소개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전곡 연주회의 첫 곡은 소나타 20번으로 시작한다. “베토벤이 소나타 1번을 작곡하기 훨씬 전에 구상한 곡인데다 장조의 곡으로 연주회의 시작을 알리는데 안성맞춤”이라는 게 백 씨의 설명이다. 마지막 이틀은 27~32번을 순서대로 선보인다.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피아니스트에겐 여전히 알고 싶은 작곡가가 많다. “전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보다 많습니다. 폭넓은 음악인이 되고 싶었고 많은 작곡가를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의 세계 안에 들어가서 그들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음악인으로서 정말 행복한 삶이죠.”

올해는 베토벤에 집중하는 해가 되겠지만 지난 1월 무산된 중국 공연 역시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당초 지난 3월 백 씨와 협연할 예정이었던 중국 구이저우성의 구이양 심포니오케스트라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본격화된 한한령 여파로 협연자를 교체한 바 있다. 백 씨는 “외교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일일뿐 음악과는 관계가 없다”며 “지금도 오케스트라 측에서 (한한령이) 풀리는 대로 초청을 하겠다고 하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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