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열병식에서 연설하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최룡해 부위원장은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에 축하연설을 통해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 혁명무력은 즉시 섬멸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최고위층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결사항전 의지가 최룡해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북한의 최고위층이 주석단에 포진해 있었다. 이 가운데에서 최룡해가 북한의 대외 입장을 공식 대변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룡해가 북한 당국이 초청한 해외 취재진 2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올라 연설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최룡해는 한때 혁명화 교육을 받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올해 들어 몰라보게 위상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초 니카라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귀국할 때 모두 공항에서 명예위병대를 사열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의장대를 사열한 인물은 최룡해가 유일하다.
또 지난 1월에는 북한의 대표적 생산시설인 황해제철연합기업소를 ‘현지요해’ 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현지요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보다는 등급이 낮지만,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중 현지요해가 보도된 것은 최룡해가 유일했다.
최룡해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 5주기 때 김영남이 직전까지 3년 연속 맡았던 추도사 낭독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빨치산 후예인 최룡해가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른 고위층과는 차별화된다”면서 “김영남의 불참 속에 최룡해가 김일성광장에서 공개 연설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조교환기자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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