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쥐게 만드는 ‘불맛’ 영화=심장을 조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놉시스가 매력적인 작품으로는 ‘미스 슬로운’, ‘시간 위의 집’ 그리고 ‘분노’ 등이 있다. 특히 승리만을 위해 사는 로비스트 이야기를 그린 ‘미스 슬로운’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스크린에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시놉시스가 일품이다. 여기에 “내 임무는 이기는 거고, 이기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걸 이용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미스 슬로운의 로비스트의 직업 강령(?)은 수단과 목적의 고통스러운 관계에 대해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스릴러물 ‘시간 위의 집’은 남편과 아들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가정주부 미희가 25년간 수감생활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당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미희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듯한 최 신부와 영매 등이 만드는 오묘한 분위기도 영화의 볼거리다. ‘분노’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후 사랑하는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스릴러다. 믿음과 의심 그리고 분노라는 다양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묘사돼 몰입도를 높인다.
◇청국장처럼 구수한 맛 ‘부녀지정’=지난달 개봉해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토니 에드만’에 이어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아버지와 이토씨’와 ‘아빠는 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와 이토씨’는 20살 연상의 54세 이토 씨와 동거 중인 딸 아야의 집에 아버지가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를 모시기 싫어하는 오빠 내외를 피해 아야의 집으로 왔지만 둘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둘 사이를 조율하는 건 뜻밖에도 이토 씨. 영화는 부모 부양의 문제, 동거라는 삶과 가족의 형태 등 우리 사회에 닥친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아빠는 딸’은 뜻밖의 커다란 웃음을 선사한다. 딸이 꿈꾸던 첫 데이트가 현실이 되던 찰나 그리고 만년 과장 아빠가 절실한 승진의 기회를 잡나 싶던 그때 두 사람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흥미진진하다. ‘바디 체인지’ 설정은 이미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이름은.’ 등을 통해 숱하게 소재로 사용됐지만 배우 윤제문과 정소민의 ‘케미’에 힘입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웃음과 감동을 오간다.
◇실화가 주는 깊은 감동의 맛= 실화는 언제나 흡인력이 있고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먼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중 20세기 미국 천재 소설가 토마스 울프와 그의 천재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편집자 맥스 퍼킨스, 두 천재 이야기를 그린 ‘지니어스’가 눈길을 끈다. 영화는 울프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 ‘때와 흐름에 관하여’가 독자들과 만나게 된 에피소드, 퍼킨스가 발굴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등 미국 문학사와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고통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 등이 20세기 초 미국을 풍미했던 재즈의 선율을 타고 펼쳐진다. ‘댄서’는 19살의 나이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로 발탁됐으며, ‘발레계의 배드 보이’, ‘발레계의 제임스 딘’ 등 수 많은 수식어로 불리는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4분 간의 무대는 이 영화의 백미다. ‘파운더’는 1954년 미국 52세의 한물 간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우연히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서 30초 만에 햄버거를 만드는 시스템을 보고, 이를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만든 실화를 담았다. 맥도날드 형제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스피디 시스템, 이를 널리 알린 크록의 성공신화 그리고 맥도날드 창립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 동시에 파운더(창립자) 자리를 놓고 맥도날드 형제와 크록이 벌이는 팽팽한 갈등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 외에도 홀로코스터 연구의 권위자 데보라 립스타트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인하는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에 맞서 영국 최고의 변호인단과 함께 홀로코스트의 진위 여부를 증명하는 세기의 법정 공방을 그린 ‘나는 부정한’도 관객들과 만난 예정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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