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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스텝’ 한재석, 90년대 청춘스타에서 ‘변화’에 다다른 현재

“이런 개인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2011년 영화 ‘히트’ 이후로 스크린에선 무려 6년 만이다. 2014년 드라마 ‘마녀의 연애’로 안방극장에서 만났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배우 한재석이 영화 ‘원스텝’(감독 전재홍)으로 대중을 찾았다. 이번에는 감성 음악영화. 그룹 2NE1 출신 산다라박과의 호흡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돌아왔다. 90년대 청춘스타이자 미남 배우의 전형. 이제 그 틀을 깬 모습이 사뭇 반갑다.

배우 한재석 /사진=MCC엔터테인먼트




‘원스텝’에서 음악에 재능을 보이는 건 가수 출신 산다라박 뿐만이 아니다. 실제 학창시절 밴드 활동을 한 조동인까지 전 출연진이 연주와 노래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실제 음악 경험이 있던 배우들이 ‘원스텝’ 속 무대를 장식한다. 한재석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기타, 드럼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 그는 천재 작곡가 지일 역을 맡아 연기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한재석의 이면. ‘원스텝’에서 그는 지금까지 모습 중 가장 신선하다.

인터뷰 초반 한재석은 “설레고 되게 기대돼요. 한편으론 겁도 나요. 영화가 사랑 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요.”라고 오랜만의 복귀에 떨리는 심정을 전했다. 1994년에 데뷔해 오랜 경력을 자랑하지만 긴 공백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사이 2013년에는 배우 박솔미와 결혼도 했고, 이후 아이 둘의 아빠도 됐다. 공백과 장르 모두 타파해야하는 지금 시점이 배우 한재석에게는 지금껏 가장 새로운 도전이다.

“앞선 마지막 작품이 드라마네요. 결혼도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러다보니 다음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늦어졌는데, ‘원스텝’의 준비 기간이 길었어요. 2년 전에 첫 대본을 받았고 여름에 촬영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수정작업과 각색, 음악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 있었어요. 연습과 작업이 좀 길었죠. 큰 예산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구성원이 상당히 좋았어요. 감독님, 작가님 등 좋은 분들이 좋은 의도로 이 영화를 시작했죠. 음악에 대한 동경이 예전부터 있었고, 실력은 안 되지만(웃음) 그런 그림이 좋더라고요. ‘색청’이라는 역경을 딛고 성장과 극복을 해 나아가는 스토리가 좋았어요. 의심 없이 선택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원스텝’에서 한재석은 색청(들리는 모든 음악이 색깔로 보이는 증세)을 앓는 시현(산다라박)에게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주려 힘을 쏟는다. 시현이 유일하게 기억하는 음정을 단서로 ‘셜록 뮤즈’ 지일이 활약하는 것. 17회에 걸쳐 진행되어야 했던 저예산 촬영의 환경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철저한 준비 기간. 완벽한 연습으로 대본을 마스터한 배우들은 오히려 촬영 당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카메라가 한 대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집중력은 훨씬 좋았어요. 배우가 한 장면에서 같은 연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고충은 있었죠. 그래도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 즐겁게 연기한 것 같아요. 단순히 연주를 흉내 낸 게 아니라서 기분 좋았어요. 노래 연습도 혼자 많이 했죠. 따로 보컬 트레이너를 구해서 몇 달 동안 일주일에 4, 5번 정도 찾아가서 연습했어요. OST 녹음도 수차례 하면서 완성도 있게 담으려 했고요.”

배우 한재석 /사진=MCC엔터테인먼트


한재석은 극 중 산다라박과 함께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으로 음악적 역량을 펼친다. 시현을 지지하고 희망을 되찾아 주려는 지일. 처음엔 슬럼프인 상황에서 과거의 영예를 다시금 누리려는 욕심으로 시현에게 다가섰지만, 이후 그의 아픔을 이해하고는 키다리아저씨로 거듭난다. 시현이 기억을 찾아감으로써 지일 역시 음악적 도약을 하게 된다. ‘원스텝’은 지일과 시현 모두가 희망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중심 한재석과 산다라박의 실제 만남은 어땠을까. 한재석은 산다라박의 열정과 인성에 적잖이 감탄했다.

“유명 그룹 2NE1의 (산)다라 씨가 함께 한다고 해서 상당히 좋았죠.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하려고 하는 구나’ 생각했어요. 산다라박 씨를 만나기 전에 무대 위의 모습만 봤는데, 상당히 파워풀하고 에너지 넘치시더라고요. 활발한 성격인 줄 알았어요. 근데 실제로 처음 같이 미팅을 가졌을 때 너무 얌전하시더라고요. 다소 걱정하기도 했는데 리딩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편해졌어요. 리딩 단계가 길었기 때문에 호흡을 많이 맞춘 덕에 촬영 현장이 편했던 것 같아요. 다라 씨는 얌전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줬어요. 본인 위치에서 그런 걸 신경 안 쓸 수도 있는데 말이죠.”



“다라 씨는 NG를 잘 안 내요. 본인이 집중해서 잘 해요. 물론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부족한 면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걸 열정으로 현장에서 희석시키더라고요. 확실히 무대 경험이 있어서 ‘현장감’이라는 걸 잘 알더라고요. 연습할 때와 다르게 카메라가 다가오니 다르게 반응했어요. 본인이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해서 알아서 파고들고요.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촬영하면서 연기가 뜻대로 안 되면 힘들고 짜증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어요. 새벽 3, 4시에도요.”

배우 한재석 /사진=MCC엔터테인먼트


신인 배우 산다라박을 만나고 한재석은 문득 자신의 데뷔 시절을 떠올렸다. 1994년 드라마 ‘마지막 연인’으로 데뷔해 이듬해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주연작인 ‘째즈’로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그도 무리가 아닌 것이, 한재석의 테리우스 같은 조각 같은 외모는 당대 여성들이 꼽는 최고의 이상형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모델’(1997), ‘내 마음을 뺏어봐’(1998), ‘순수’(1998)로 인기의 초석을 다졌고, ‘해바라기’(1998), ‘눈물이 보일까봐’(1999), ‘이브의 모든 것’(2000), ‘네 자매 이야기’(2001), ‘유리구두’(2002), ‘대망’(2002)으로 2000년대 초까지 안방극장의 ‘남신’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중국으로 진출해 한류 남신으로 활약하면서는 차세대 스타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로비스트’(2007), ‘태양의 여자’(2008), ‘거상 김만덕’(2010), ‘퀴즈왕’(2010), ‘히트’(2011), ‘마녀의 연애’(2014)로 몇 해 걸러 국내에 얼굴을 비추면서 중국 활동에 힘을 쏟았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에 비하면 다소 잠잠해진 인기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원스텝’의 시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긴 하지만, 한재석에게도 슬럼프의 시기는 있었다.

“처음 데뷔 때는 부족한 것도 많았어요. 제 입장에서는 제가 가진 것보다 운이 좋게 대중 분들이 되게 많은 사랑을 주셨죠. 그에 나태해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약간 순수성과 진실성이 결여됐었죠. 이제는 순수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많이 느껴요.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요. 흥행도 좋지만 일단 진실 되게 다가가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욕심이 나요. 예전에는 촬영하면서도 얼른 쉬고 싶었는데, 요즘엔 작업할 때 너무 즐거워요.”

훤칠한 외모 탓인지 과거 한재석이 맡은 역할은 줄곧 엘리트. “맨날 똑같은 것만 보여준 것 같아요. 무대만 바뀐 기분이었죠. 앞으로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요.” 데뷔 23년 만에 이제 와서 밝히는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면서 ‘원스텝’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 재차 강조한다. “저에겐 ‘원스텝’이 여러모로 첫 경험이 됐어요. 노래 작업도 그렇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오랜만에 설레이고, 기대했고, 재미있었어요.”

40대의 한재석은 스스로 2, 30대와 감성이 달라졌다고 한다. 좀 더 진지해졌고, 그래서 더 욕심도 생긴단다. 순수의 본질을 터득한 그는 앞으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늘 연기에 대한 갈증은 있었어요. 무대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한 걸음 한 걸음 디뎌서 가다보면 제 능력도 더 나아지고 연기도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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