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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억세면서 순종적인…모순적 北 여성상 근원은

<북한녀자>

■박영자 지음, 앨피 펴냄





KAL기 폭파범 김현희(일본 이름 하치야 마유미), 미녀 응원단,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 속의 탈북미녀들. 이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한여성들 설명하는 키워드다. 이 모든 키워드를 관통하는 건 ‘미녀’다. 그리고 아름다운 북한 여성들은 억세기도 하고 순종적이기도 한 모순적인 특징을 지녔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인 저자는 북한 여성을 보고 두 번 놀란다고 전한다. 한 번은 강한 자기주장과 억척스러운 생활력에, 또 한 번은 가정에서의 순종적인 모습에서. 책은 일할 때는 억척스럽고 남편과 국가 앞에서는 한없이 순종적인 북한 여성의 이 같은 모순적인 태도의 연원을 살핀 ‘북한 젠더사’다.

기존 북한 연구들이 가부장적 사회문화에 근거해 여성 문제를 주제별로 다룬 것과 달리 ‘북한녀자’는 해방 이후 당·국가 체제 수립부터 전쟁, 산업화, 선군정치(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장화, 3대 세습으로 이루어진 현재까지의 북한 젠더 시스템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근대화와 젠더 전략이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통시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해방, 전쟁, 산업화, 시장화, 선군정치, 3대 세습이라는 각 시대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시적 역사도 담았다. 특히 책은 해방 직후 체제 수립 초기부터 북한 정권이 추진한 양성평등 정책이 전쟁과 산업화, 최근에는 경제난을 거치면서 어떻게 굴절됐는지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추적했다. 당시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선진적이었던 북한의 여성정책이 내외 정세 변화로 굴절하고, 그 결과 가정과 사회 전체에서 ‘젠더 위계’가 제도화되는 과정은 현재 북한 여성이 보이는 모순(억척·순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또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 발전을 담당하게 된 북한 여성들의 고민과 목표, 바람 등을 다양한 탈북민 인터뷰 자료를 통해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다. 2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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