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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45>인내하고 절제하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어린아이 6명을 한 방에 모아 놓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앞에 마시멜로 하나씩을 주겠다. 15분 동안 안 먹고 참고 있으면 하나씩 더 주겠다.” 그리고 선생님은 방에서 나간다. 선생님이 나가신 지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자, 한 명이 마시멜로를 코에 문질러 대기 시작한다. 또 한 아이는 입에 넣었다 뺐다를 계속 반복한다. 지금 4살짜리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6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평균 4명은 15분 전에 한 개의 마시멜로만 먹고, 2명은 15분 뒤 2개를 먹는다.

14년 뒤 이 아이들이 18살이 되었을 때, 추적조사를 해보니까, 2개 먹은 아이들의 학업성적이 훨씬 뛰어났다. 그렇다면 자연히 궁금해지는 것은 2개 먹은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참는 데 성공했을까? 몰래 카메라를 돌려보니, 그 아이들은 한결같이 마시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성공한 리더들은 찾아가서 인터뷰해보면, 공통점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 학력이 화려한 사람과 가방끈이 짧은 사람, 금수저와 흙수저가 다 섞여 있다. 그런데 공통점 하나는 그들은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참고, 또 참고, 꾹 참는 사람들이다.

아라비아에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어느 날 전국에 말 주인들에게 공지 하나를 내건다. “최고의 명마를 가진 사람들은 다 모여라! 모일 모시에 경연대회를 열도록 하겠다.” 드디어 명마 경연대회에 참가할 말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임금은 그들을 다 모아서 강가에 데리고 간다. 거기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안에서 맛있는 사료들을 아낌없이 준다. 하루 종일 사료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그러나 왕은 말들에게 물은 일체 주지 않았다. 계속 사료만 먹어대던 말들은 이제 갈증이 목구멍 끝까지 치솟는다.

그렇게 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왕은 울타리의 문을 연다. 말들은 강물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강가에 다 다다랐을 때, 왕은 이렇게 소리친다. “멈춰!!!!” 갈증에 눈이 뒤집힌 말들은 그대로 강가에 가서 정신없이 물을 먹는다. 왕의 명령에 멈춘 말들만 골라서 종마로 삼아 번식을 시킨다. 이것이 그 유명한 아라비아 말의 효시라고 알려져 온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자동차가 속력을 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 액셀러레이터, 핸들, 타이어 등이다. 내가 다 아니라고 하면, 그 때서야 나오는 답은 바로 브레이크다. 독자들 중에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속도를 내는 데에 필수적인 부품이 바로 브레이크인 것이다. 멈출 수 없다면 달릴 수도 없는 법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프로젝트가 약 85%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팀미팅을 한다. 그런데 한 팀원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팀장님 이 번 프로젝트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제품설계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지금 2주후면 고객에게 인도해야 할 시점인 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이런 미친놈 같으니라고!’ 이 때 다른 팀원이 이렇게 말한다. “일단 고객에게 인도하고 나서, A/S하면 어떨까요?” 이 팀장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단기 이익에 눈이 멀면 장기적인 고객관리에 실패하고 나빠진 평판은 다시 회복되는 데 엄청 시간이 걸린다. 아니, 대개의 경우 회복 불가능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행동이 성품을 결정한다. 계속 동일한 행동을 계속 하다보면 결국 그런 덕목을 가지게 된다. 좋은 행동이 반복되어서 생기는 좋은 습관이 바로 덕이다. 따라서 절제심과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동을 실제로 기회 닿을 때마다 행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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