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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회선진화법 '5분의 3 다수결' 개정 - 반대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수의견 묵살...'폭력 국회' 회귀 우려

식물국회의 상징인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두고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등 4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원칙적으로는 합의했지만 국회 재적의원 5분의3(180석) 이상이 동의하면 본회의에 바로 법안을 올릴 수 있는 안건신속처리제(패스트 트랙) 등 핵심 조항 개정에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차기 정부가 국정 운영상 발목이 잡히는 일을 줄이기 위해 쟁점 법안 의결 정족수 ‘5분의3’을 과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규정 개정 찬성 측은 현재 정당 간 대결구도에서 비현실적인 5분의3 규정을 고쳐 안건신속처리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5분의3 가중다수결이 소수의견도 존중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며 과반으로 바꿀 경우 다시 폭력 국회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동물 국회’라고 불렸던 제18대 국회의 몸싸움과 단상 점거 등 국회 폭력 재발을 막기 위해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으로 탄생한 것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다. 다수당을 위해 예산안자동부의제, 안건신속처리제(패스트 트랙), 의안자동상정제, 의장석·위원장석 점거 등 의사진행 방해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이 제도화됐다. 또 소수당을 위해서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의 강화, 무제한 토론 제도(필리버스터), 위원회의 안건 조정 제도 등이 마련됐다. 이 가운데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은 직권상정 요건의 강화 및 안건신속처리제와 무제한 토론제인데 신속처리 개시 요건과 무제한 토론의 종결 요건으로 국회 재적의원 5분의3으로 한 가중다수결 규정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이러한 가중다수결 규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과 국회법에는 다수의 가중다수결 조항이 있다. 헌법에만 보더라도 법률안의 재의에 관한 헌법 제53조 제4항, 의원의 제명에 관한 제64조 제3항, 대통령 탄핵소추에 관한 제65조 제3항, 헌법개정안의 의결에 관한 제130조 제1항 등에 가중다수결이 규정돼 있다. 이러한 명시적인 헌법 규정을 볼 때 국회 폭력 방지를 위해 국회법에서 가중다수결을 규정한 것을 두고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또한 가중다수결 원칙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명시적인 헌법 규정을 무시하고 추상적인 헌법정신을 근거로 위헌론을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헌법 해석방법이 아니다.

나아가 헌법정신의 관점에서 볼 때도 국회 소수파의 의견을 과반수라는 일반다수결을 통해 무시하고자 하는 시도도 옳지 않다.





다수결의 원칙은 단순한 수의 지배가 아니라 소수 존중의 원칙 아래 자유로운 토론과 설득이 보장돼야 하는 원칙이다. 국회 소수파의 의견일지라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고 의회정치에 있어 다수와 의견이 다른 소수자들에게 의사를 표시할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든가 또는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생략한 채 다수결로써 결정을 내리는 과반수의 횡포가 있어서는 안 된다.

다수결 원칙의 요체는 다수 의사의 단순한 산술적 지배라기보다는 협의와 설득을 통한 다수 의사의 형성과 그에 대한 승복의 체계이며 또 다른 중요한 보호 가치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다. 국회 위원회와 본회의의 의사결정 방식으로 일반다수결만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과반수보다 많은 의원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는 가중다수결을 채택하도록 헌법이 규정하는 이유는 이처럼 다수 의사를 존중하면서 소수 의사도 존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수결 원리가 민주주의 원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소수의견 존중은 자유민주주의 원리의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헌법은 국회 회의의 의사결정 방법으로 다수결 원리를 채택하면서 일반다수결과 가중다수결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가중다수결 규정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도 각하됐다. 이러한 가중다수결 규정 때문에 19대 국회가 식물 국회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도 빗나갔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은 총 2,793건으로 18대 국회에서 통과된 것보다 440건이 더 많다. 국회선진화법은 과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국회 운영이 아니라 소통하고 평화적인 국회 운영을 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화와 협의를 통한 여야 합의와 교차투표 등을 통해 상대 당을 설득하고 합의하라는 것이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이러한 취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동안 가중다수결을 일반다수결로 변경하고 직권상정을 다시 수월하게 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법안을 직권상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싶어지는 것인가 보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 폭력을 불러온 직권상정에 미련을 갖는다거나 가중다수결을 완화하게 되면 국회 폭력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치권은 정치 무능의 책임을 국회선진화법에 돌릴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마련된 제도 아래에서 머리를 맞대고 국정과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 축구 경기를 보는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는 축구 선수는 주어진 경기 규칙에 따라 열심히 뛰어서 골을 넣는 선수이지 골을 넣지 못하는 책임을 경기 규칙에 돌리는 선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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