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자 전직 대통령 중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네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영애, 퍼스트레이디, 최초의 여성 대통령 등 수많은 영예를 남겼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13개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전락했다.
21일 박 전 대통령은 오전9시15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8분 만인 9시23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탄핵 이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을 때와 똑같은 옷차림인 짙은 남색 코트에 바지 차림이었다.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곧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10층 조사실로 올라간 박 전 대통령은 노승권 1차장검사(검사장급)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1001호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서는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특수1부장과 한웅재(47·연수원 28기) 형사8부장이 번갈아가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뇌물수수 등 혐의 전반을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최순실씨와 함께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아 박 전 대통령과의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22일 새벽 조사를 마친 뒤 박 전 대통령을 귀가시켰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재소환하지 않고 추가 보강수사 등을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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