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사고 중 상당수가 대로보다 폭이 좁은 생활도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내용은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3년간 어린이 교통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생활도로에서의 차량 제한속도를 30km로 제한하는 방안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 동안 주춤했던 어린이 대상 교통사고가 3월 들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의 36,029건 중 60.5%에 해당하는 21,796건이 폭 9m 미만의 집 주변 생활도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 9m 이상의 대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39.5%에 그쳤다. 세부 구간별로는 폭 3m 이상 6m 미만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가 전체의 3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차량 흐름이 많은 대로보다 오히려 폭이 좁은 도로에서의 사고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임을 입증하는 결과다. 생활도로란 주거지 주변에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폭 9m 미만의 도로를 말하는 것으로, 놀이와 자전거타기 등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이 집중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생활도로 대부분은 주차, 차량 이동 등 자동차 위주로 활용되면서 어린이 교통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다.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도 줄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유치원 부근 등 통학로 인근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427건에서 2014년 523건, 2015년 541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어린이 보호구역이 전국적으로 15,444개에서 16,085개로 늘어난 것에 반해 사고는 오히려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시기적으로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이 급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년 동안 1월과 2월에 일어난 어린이 교통사고는 각각 2,080건과 2,121건이었으나 3월에는 2,801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1월과 2월을 합산한 평균치에 비해 3월에는 30% 이상 사고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날씨가 풀리고 개학에 따라 어린이들의 집밖 활동이 늘면서 교통사고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운전과 함께 어린이가 많이 다니는 생활도로에서 차량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생활도로구역(‘30존’)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안전속도 5030’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도심 주요도로의 경우 시속 70km, 왕복 2차로 이상 도로 50km, 생활도로 30km로 제한속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중장기적으로 도심대로와 생활도로의 제한 속도를 왕복 4차로 이상은 시속 50km, 4차로 미만은 30km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한속도를 시속 10km 올리면 사망 교통사고 발생이 최고 34% 증가하고, 반대로 10km를 낮추면 24%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시속 50km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정지거리가 12m에 달하지만 30km 이하로 속도를 줄이면 4m로 짧아진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생활도로의 차량 운행속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서울지방경찰청 주변 도로와 북촌 일대의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춘 데 이어 부산과 대구, 울산, 세종이 같은 조치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충북 증평군은 올 들어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경찰청과 협의에 나섰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보다 보행자의 안전을 중시하는 교통문화 정착이 시급하다”며 “주택가와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을 포괄하는 통학로를 중심으로 도로여건을 재정비하고 생활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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