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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인물해부] 홍준표, 누명 쓴 아버지 보며 '검사 결심'...잇단 설화로 '洪트럼프' 별명

3대 키워드로 본 홍준표

강경 보수

무상급식 중단 등 논란 불구

黃 빠진 보수진영 희망으로

막말

지지층 결집 '계산된 발언'

본선경쟁력 높이기는 숙제

돈키호테

YS 전화 한통으로 정치입문

타협 모르는 비주류·무계파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9월 1심 판결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은 “그의 정치역정은 이걸로 끝”이라며 혀를 찼다.

하지만 인생의 주요 고비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위기를 돌파해온 홍 지사는 이번에도 2심 무죄판결로 기사회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라는 외부 변수까지 더해지며 어느덧 그는 보수진영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는 대권후보로 우뚝 섰다. “황 대행보다 오히려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야권이 절대우위를 차지한 지형에서 본선 경쟁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강경 보수와 ‘막말’ 논란, 변방의 돈키호테 등 3개의 키워드로 그를 해부해봤다.

◇강경한 보수 이미지 구축=홍 지사가 보수의 1위 후보로 부상한 것은 단순히 외부변수 때문만은 아니다. 황 대행을 지지했던 30% 이상의 표심이 대안으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나 다른 자유한국당 후보가 아닌 홍 지사를 점찍은 것은 그가 정치인생 전반을 통해 꾸준히 쌓아온 자산 덕분이다.

홍 지사는 지난 2014년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다.

공공의료 서비스의 본질을 둘러싼 논란에도 귀족노조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적자누적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쇄를 강행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소 과격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정통보수와 시장경제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왔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태극기 민심’을 흡수했던 황 대행보다 지지 기반이 오히려 견고하고 확장성도 낫다고 봐야 한다”며 “마땅한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의 아이콘’ 자격이 충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막말 ‘洪트럼프’=홍 지사의 강경보수 이미지는 도정(道政)을 비롯한 정책적 측면뿐 아니라 구설에 오른 각종 ‘막말’ 논란이 더해지며 더욱 확고해졌다.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주자답게 2월 무죄판결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벌써 몇 차례나 설화를 일으켰다.

홍 지사는 “친박계는 이념이 없다. 의원 한번 해보고 싶어 박근혜 대통령 치맛자락 잡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양박(양아치 친박)이 정권을 망쳤다”고 당내 주류를 정면 겨냥했다.

탄핵인용 직후에는 “헌재의 파면 결정은 여론재판이다. 박근혜는 문화대혁명의 광풍에서 실각한 류사오치(劉少寄)를 연상시킨다”며 친박계와의 ‘밀당(밀고 당기기)’ 전략을 구사했다. 18일 출마 선언식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0.1%도 가능성이 없지만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홍 지사 본인은 이런 논란에 무심하다. 구설수도 설화도 아닌 철저한 계산에 따른 정치적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홍 지사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팩트에 기반을 둔 나의 ‘막말’은 순간적으로 흥분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홍 지사의 다소 거친 언행들이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며 “야권으로 확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 본선 경쟁력을 높이느냐가 남은 두 달간의 숙제”라고 조언했다.

◇비주류 자처하는 ‘돈키호테’=언론에서는 편의상 비박계로 분류하지만 홍 지사 본인은 ‘자발적 무(無)계파’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홍 지사는 여당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친이계 실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비주류·무계파 성향이 짙은 그가 원내 사령탑에 이어 2011년 당 대표에까지 오른 것은 지금까지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성향을 반영하듯 홍 지사는 2010년에 펴낸 자신의 자서전에 ‘변방’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의 비주류 정체성은 어린 시절의 성장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유년시절에 겪은 가난에 3분의1가량을 할애한 자서전에서 “(셋방살이를 전전하느라) 초등학교 6년 동안 다섯 번이나 전학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원래 육사 진학을 희망했지만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붙잡혀가는 모습을 보며 검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일화도 소개돼 있다.

‘고집불통의 돈키호테’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주류와 손쉽게 보조를 맞추지 않는 천성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생명력을 연장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스타 검사였던 홍 지사가 공직에서 내려온 것도 좀처럼 타협을 모르는 성격 때문이었다. 1995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 극중인물의 모델이 홍 지사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드라마에 삽입된 에피소드처럼 서울지검 강력부 소속이던 홍 지사는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맡아 조직폭력배와 현역 고검장, 국회의원 등을 성역 없이 수사했다. 검찰 내부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뒤 한직을 전전하던 그는 2년을 버티다 스스로 옷을 벗었다. 곧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지만 이듬해(1996년) 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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