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침묵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박 대통령의 침묵이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무언의 항의 표시’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헌재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담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5일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정농단 게이트에 대해 “특정 세력들의 음모로 기획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든 고별 메시지를 발표한다면 여기에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속마음과는 달리 이 같은 메시지를 내느니 침묵 속에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두번째는 ‘충격설’이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선고 직전까지도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을 기각 또는 각하할 것으로 굳게 믿었다고 한다. 참모진들도 5대3 또는 4대4로 탄핵심판이 기각 혹은 각하될 것이라고 박 전 대통령에게 막판까지 보고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TV 생중계로 선고 장면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일부 참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거듭 확인하기까지 할 정도로 기각을 확신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나오자 큰 충격을 받았고 아직까지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전 대통령의 충격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메시지를 준비할 경황이 있겠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언론의 퇴거장면 취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0일부터 각 언론사의 취재 차량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청와대와 서울 삼성동 사저 주변에 진을 치고 있다. 일부 방송들은 퇴거 행렬을 따라가며 촬영하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띄우기로 한 상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일부 취재진 철수를 기다려 새벽녘을 택해 청와대를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유력하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떠나는 시점에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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