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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살인누명 피해자 만나보니 위협적인 외모...'편견이 사람 잡았구나' 생각했죠

● 영화 '재심'으로 흥행돌풍 김태윤 감독 인터뷰

'익산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영화화

'실화에 담긴 진심의 힘' 관객에 통해

억울한 분들 돌아보는 계기 됐으면...

영화 재심의 김태윤 감독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영화 같은 실화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2월 비수기에 손익분기점 160만명을 넘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기우였다.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재심’ 얘기다. 개봉 닷새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200만까지 돌파했다. 실화에 담긴 진심의 힘은 300만도 넘볼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태윤(45·사진) 감독을 서울경제신문이 만나 보니 누명을 쓴 피해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기막힌 사건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현우(강하늘 분)의 실제 인물인 최 군을 만났어요. 곧바로 돌아서고 싶을 정도로 저를 움찔하게 하는 위협적인 외모였어요. 그런데 이런 근거 없는 느낌이 이 친구를 억울한 살인누명을 쓰게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영화에서 현우는 열다섯살로 홀어머니(김해숙 분)와 살면서 다방에서 여종업원들을 실어 나르는 일명 ‘다방꼬마’로 생계를 이어간다. 한밤중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살인을 당하고, 그 길을 지나던 현우는 영문도 모른 채 살인범으로 몰리면서 경찰의 강압 및 조작 수사의 피해자가 돼 10년 형을 살게 된다. 학교도 다니고 외모도 평범했더라면 경찰이 함부로 범인으로 몰 수 없지 않았을 것이며, 이런 무서운 편견이 바로 무고한 이를 죄인으로 만들기에 손쉽게 했을 것이라는 게 윤 감독의 생각이다. “그분은 이런 편견에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영화 재심의 김태윤 감독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실화는 영화처럼 기승전결에 맞춰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탄탄한 시나리오 덕에 기승전결이 딱 들어맞는 휴먼드라마로 완성됐다. 관객들이 분노하고 감동할 수 있었던 데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들도 한몫했다. 수임료가 어마어마한 집단 소송으로 ‘한방’ 해서 폼나게 살아보고 싶지만 그 모든 계획이 어긋나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궁지에 몰린 이준영 변호사(정우 분), 강압·왜곡 수사를 일삼는 형사 백철기(한재영 분)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실화를 영화로 만드는 게 쉬운 것 같지만 산발적으로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은 꽤 어려워요. 그런데 도움을 받은 게 실제 사건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를 만나면서 좀 쉽게 풀렸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기는 정의롭지 않고, 남의 불행을 이용하는 재심 전문 변호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우 사건을 맡으면서 양심이라는 게 움직였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원죄 의식이 생겼다고 했죠.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통하도록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백철기 형사에 대한 분노가 대단하다. 강압 수사 장면과 죄를 뒤집어씌우는 방법이 악랄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실화’였는지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는지 궁금했다. “진짜로 그렇게 모텔에 데리고 가서 옷을 벗기고 죽지 않을 정도의 폭행이 있었대요. 강제 자백도 하게 하고, 국선변호사 통해서 형량 줄여줄 테니 수사한 형사에게 반성문 편지 쓰라고 해서 편지도 썼대요.”





사회적 약자의 처절한 몸부림과 이를 돕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큰 줄기지만 현우 모자의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김 감독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졌다. 특히 무죄를 증명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우는 그동안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을 반성하며 눈이 보이지 않는 엄마가 개펄에 나가 일을 할 때 불편하지 않게 집에서부터 바다까지 줄을 잡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면이 뭉클하다. “사진첩에서 봤어요. 앞을 못보는 분이 개펄에서 일을 하시는데 길게 줄을 이어서 꼬챙이를 걸고 걸어가시더라고요. 그 풍경이 아름다웠어요. 사람 구실 못하는 아들이 이제 막 사람 구실을 하려고 하는 그런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이에요.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고 세상에 나오는 현우 같은 분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주고 싶어서 만든 장면이기도 하구요.”



김 감독의 전작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스무 살 딸을 잃은 아버지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건 소송을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약속’이다. 실화에 대한 각별함이 있냐고 묻자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이 사건 저 사건 끌어다가 쓰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의 약속’ 출연에 용기를 내 준 박철민 배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지만 황 계장 역할을 ‘재심’에서 맡아 달라고 부탁 드렸어요. “요즘 애들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한다며? 지옥은 평등하기라도 하지”라며 오열하는 장면을 철민이 형이 정말 잘 해주실 것 같았거든요. 우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끝으로 김 감독은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가시는 길에 약촌 오거리 사건에 대해 검색하고, ‘재심’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울한 분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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