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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연장법을 어쩌나...시험대 선 직권상정제

丁의장 "요건 안돼" 난색에도

야권 "상정해달라" 연일 압박

직권상정해 처리한다고 해도

黃대행 거부권 행사땐 역풍

전임 정의화 의장과 동병상련





국회의장의 강력한 입법처리 권한인 ‘직권상정’ 제도가 시험대에 섰다. 지난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직권상정이 매우 어려워졌지만 여야는 쟁점법안의 합의처리가 막힐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해당 권한을 행사하라고 조르며 국회의장들의 리더십에 도전하고 있다.

당장 정세균 국회의장이 딜레마에 봉착했다.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친정인 더불어민주당마저 최순실 특검시한연장안을 본회의에 상정해달라고 정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정 의장은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만 야권은 민의를 저버린다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가) 국회선진화법상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해 특검법 연장안을 정 의장이 본회의에 직접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주장하지만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결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섰다간 임기 개시 9개월여 만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만약 정 의장이 논란을 무릅쓰고 특검시한연장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한다고 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 의장이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된다”며 “더구나 여당이 직권상정에 반발해 앞으로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전면 거부(보이콧)하고 의장실 점거라도 한다면 의정이 마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장은 전임 정의화 의장과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 있다. 정의화 전 의장은 임기 중 청와대 측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 여당의 민원 입법 처리 요구를 억제해왔다. 그 덕분에 17대와 18대 국회에서 각각 20건, 22건이나 됐던 직권상정 법안처리 건수는 정의화 전 의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19대 국회 들어서 7건으로 급감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청와대 등과 여러 차례 다퉈야 했다. 그러나 임기 막판 친정의 성화에 못 이겨 야권이 반대했던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했다가 정치적 리더십을 잃고 말았다.



문제는 정 의장의 앞날이 정의화 전 의장보다 더 험난하다는 점이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계가 최근 양당 구도에서 다당제 구도로 재편돼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입법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점하지 못해 정 의장에게 잦은 직권상정 민원을 넣을 수 있다”며 “그때마다 국회의장은 (리더십에)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권상정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지속되면 ‘식물 국회의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국회선진화법대로라면 직권상정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꼭 필요한 법안의 처리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직권상정 요건을 ‘국가 안위’나 ‘경제의 심각한 위기 사항’ 등으로 완화해 보다 폭넓고 탄력적으로 요건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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