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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긍정적인 66분 연설...트럼프가 달라졌다

[첫 상하원 합동연설 평가]

준비된 연설문에 충실

"통합 위해 왔다" 말할땐

의원들 기립박수 받기도

미국인 10명중 7명 '호평'

"기존발언 재탕" 비판도

2월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상하원 의회연설에 참여한 청중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미국 사회의 통합을 강조해 호평을 받았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28일(현지시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평소의 즉흥적 발언과 행동을 배제하고 66분가량 준비된 연설문에 충실했다. 분열을 조장하며 어둡고 공격적인 말로 일관했던 1월20일의 취임 연설 때과 달리 차분한 어조로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최근까지 그와 치열한 전쟁을 벌여온 언론들도 “순조롭고 진중한” 의회 데뷔였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이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소개로 하원 본회의장인 웨스트민스터홀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청색 정장과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안정된 분위기를 풍겼다. 연설 시작과 함께 최근 발생한 유대계 공동묘지 훼손 사건 등을 언급한 그는 “모든 추한 혐오와 악을 규탄함으로써 단결된 나라가 될 수 있다”며 “나는 오늘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해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정연설 주제인 ‘미국 정신의 회복(the renewal of the American spirit)’에 대해 “미국 시민을 우선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재천명했다.

이전 연설 때마다 보였던 특유의 손동작이나 과도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치안 및 법치 강화를 비롯한 주요 대선공약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하는 그의 연설에 연단 뒤의 의장석에 앉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라이언 하원의장도 연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취임사 때의 어두운 주제와는 반대로 이번 의회 연설에서는 미국에 대한 더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며 “준비된 연설문에 대통령이 충실했고 이는 공화당 정강과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취임 이후 줄곧 불법이민자 추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보다 불법이민자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폐지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민주당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공약들을 거듭 강조해 야당 의원들이 고개를 젓거나 방청석에서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흔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은 생각을 끝내자. 여러분을 믿고, 미래를 믿고, 미국을 믿기 바란다”고 호소하며 연설을 대과 없이 마무리하자 언론들도 오랜만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셋 버튼을 눌렀다”고 평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격동의 40일을 보낸 뒤 대통령직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라고 인정했다. CNN방송은 연설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청자 10명 중 7명이 “트럼프의 정책이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달라진 트럼프의 연설 기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시간 벌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이번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부진을 만회하고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연설 내용이 수사와 거대담론에 그치면서 이날 메시지가 기존 발언의 재탕에 불과하고 구체성은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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