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VX 암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 중인 가운데, 실제 지정이 이뤄졌을 때 북한이 입을 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행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수출관리법과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제재를 받는다.
또한, 통상과 관련해서는 일반 특혜 관세제도의 적용금지, 대외원조 및 수출입은행의 보증금지,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차관지원에 대해 조건 없이 반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중국에 대외교역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북한의 상황상 이 같은 조치에 실질적인 타격을 받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문제아’로 규정되는 상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VX 암살이 북한 당국 주도의 ‘화학무기 테러’였던 정황이 드러난 뒤라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미국이 북한에 ‘악당’ 꼬리표를 붙일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 2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제네바에서 열린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을 통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공식 거론하면서 30년 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계기였던 KAL기 폭파사건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연설에서 “북한은 과거에도 최소 16명의 대한민국 정부 각료 및 고위관료를 살해한 1983년 랑군 폭파 사건과 115명의 무고한 승객의 목숨을 앗아간 1987년 KAL기 폭파 사건과 같은 끔찍한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화학무기의 생산·사용 등을 금지해 온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VX 암살 사건’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지정한 금지 물질 중 하나인 신경작용제 VX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됐다는데 주목했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OPCW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일어난 암살 사건에 신경작용제 VX가 쓰인 것으로 판단했다. 화학무기의 사용은 심히 충격적”이라며 “말레이시아에 전문가와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박재영기자 pjy00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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